너의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남편의 공황장애 극복기(1)

by 안성미

"아~~~~~~~아~~~~~"

"......"

"아~~~~~~아~~~~~"

"......"

깜깜한 밤.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날에 큰 도로가 근처에서 젊은 청년이 느닷없이 소리를 지른다.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오직 그 청년과 옆에 겁먹은 한 여자. 깜짝 놀랐다.


청년은 술이 조금 취해있었고 겁먹은 여자는 말똥말똥했다. 청년과 여자는 연인의 코스를 밟으려고 막 시작하는 단계.




청년은 어느 날 술을 먹으면서 여자에게 말한다.

"oo야. 내가 왜 가끔 소리를 지르는지 알아?"

"술 취해서 그렇지. 뭐."

"물론 그 이유도 있지만 나한테는......"

"......"


청년은 유난히 비를 좋아했다. 세월이 흘러 아저씨가 되어도 비가 퍼붓는 날이면 어김없이 밖에 나가 비를 쫄딱 맞고 들어왔다.


그리고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땐 소리를 지르며 포효했다. 마치 맹수가 소리를 지르듯이. 맹수도 아닌데 말이다.




청년은 산골짜기 마을에서 태어나 매일 들로 산으로 날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온 가족이 서울로 이사 오고 콩나물시루 같은 오전, 오후반이 있었던 국민학교에 전학한다.


한글도 떼지 못한 상황이라 글도 잘 못 읽고 사투리가 심해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시골에서 이산 저산으로 뛰어다니던 날 다람쥐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서울살이는 어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하는 것이었나 보다.


날다람쥐 청년은 학교 수업 마친 후 5남매 중 막내인 여동생과 함께하는 놀이가 제일 재밌었고 그 이쁜 여동생은 유난히 오빠를 잘 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심부름을 하고 오는 길.

초등학교 1학년 막내 여동생은 자기랑 잘 놀아주는 다정다감한 중학생 오빠(청년)를 발견하고 뛰어 온다.

"오빠~~"

"oo야. 오지 마. 오지 마."


횡단보도 앞에서 오빠(청년)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손으로 오지 말라고 저었는데 동생은 반가운 몸짓이라고 이해했다.


그 둘 사이에는 왕복 4차선 커브길이 있었고 커다란 버스가 달려오고 있었다. 오빠는 버스를 보았는데 동생은 오빠만 보았다.


순간 동생의 몸이 위로 부응 떠서 저 멀리 날아가고 도로에 떨어지는 것을 오빠는 또렷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어른들은 중학생 오빠(청년)에게 두개골은 파열되고 얼굴은 퉁퉁부어서 형채도 알아보지 못할 동생의 얼굴을 보게 했다. 그동안 보았던 이쁘게 생글생글 웃는 동생의 얼굴이 아니었다.


너무 놀랐고 무서웠는데 어른들은 중학생 오빠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법정에 증인으로 세웠다.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보상건으로 버스조합과 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바로 다름 아닌 죽은 아이의 오빠였기에.


그렇게 이뻐하고 아끼던 동생을 바로 앞에서 잃은 오빠의 슬픔과 상처와 공포는 무시됐다. 어른들은 중학생 오빠(청년)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어른들의 치열한 법정 싸움과 그들의 슬픔만 슬퍼할 뿐.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심장이 전속력으로 가속 페달을 밟은 듯 뛰기 시작하는데 제어가 안되고 온몸에 식은땀이 나는 것이. 마치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가슴을 누르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누른 손바닥도 덩달아 춤을 추는 증상.


이런 증상을 간직한 채 어린 중학생 오빠는 자라서 청년이 되고 사랑하고 결혼했다. 바로 나의 남편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 둘은 결혼 한지 수십 년이 흘렀어도 이러한 증상의 의학적 이름이 '공황장애'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남편의 나이 50이 넘어서야 비로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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