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전철 안은 생각보다 붐볐다. 앉아 있던 나는, 문 근처에 서 있는 두 청년을 우연히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때 한 아주머니가 급하게 내리며 한 청년을 툭 치고 지나갔다.
순간 그 청년의 얼굴에 스친 짜증 섞인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저럴 수 있지" 하며 넘기려던 찰나, 다음 정거장에서 또다시 일이 벌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타고, 전철은 더 흔들리기 시작했다. 60대쯤 돼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중심을 잃고 그 청년에게 살짝 부딪혔다. 청년은 눈살을 찌푸렸고, 몇 분 뒤 또 한 번 부딪힘이 일어났다. 그 순간, 청년의 인내심이 무너진 듯.
“씨… 왜 자꾸 치는 거야?”
무례한 반말이 전철 안을 가로질렀다. 아저씨도 가만있지 않았다.
“사람 많으면 그럴 수도 있지! 넌 아버지도 없냐?”
그러자 청년이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난 있는데, 넌 없을 것 같다.”
그 순간의 공기,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정적, 당혹감, 그리고 싸늘한 거리감. 그 장면은 짧았지만 내 머릿속엔 오랫동안 맴돌았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자주 보게 되는 세대 간 갈등, 그리고 감정의 편 가르기. 나이 든 세대는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 말하고, 젊은 세대는 “꼰대질 하지 마라”며 되받는다.
대화는 사라지고, 감정의 골은 깊어진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이름 아래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예의보다, 감정이 앞서고,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참지 않고, 이해하지 않고, 바로 공격해 버린다.
눈부신 경제 발전,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조금씩 사람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날 전철 안, 그 작은 충돌 하나가 내게 묻는다.
우리는 서로의 불편을 참아낼 여유조차 잃어버린 건 아닐까.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닐까. 나는 지금, 나 아닌 누군가에게 얼마나 따뜻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을 내 마음속에 오래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