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학급살이 2

방과후 2실을 찾아 학교 미로를 돌다

학교가 크고 넓다 보니 우리 반이 있는 4층을 벗어나 다른 교실을 찾아가는 일은 마치 미로 찾기 같다. 원 건물에 증축을 하고 새로운 건물을 이어 만들다 보니 방향이 더 헷갈린다. 1층은 교무실, 행정실, 교장실, 과학실, 보건실, 급식실, 돌봄 교실 등이 있어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2층부터는 여러 학년이 가운데 계단을 기준으로 흩어져 있고, 특별실은 말 그대로 특별한 장소에 있다 보니 나처럼 방향 감각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찾기 어렵다.


5교시에 교담 체육을 방과 후 2실에서 한다는 안내를 받고 아이들을 줄 세워 출발했다. 방과 후 1실을 본 기억이 있어 아이들에게 확인했더니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과 후 1실 옆에는 영어타운이 있었다. ‘이런, 이곳이 아니구나.’ 당황한 내 표정을 보던 아이들 몇 명이 방과 후 2실을 안다며 손을 들었다. 선뜻 나서서 도와주려는 아이들 모습이 참 예뻤다. 그중 목소리가 큰 아이를 앞으로 세우고 다시 출발했다. 뒤따라오는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방과 후 1실 옆에 분명히 있었는데 교실이 사라졌다며 계속 중얼거렸다.


나는 점점 수업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앞서 간 아이가 잘 찾기를 내심 바라며 푯말을 자세히 살펴봤다. 방과 후 실을 이렇게까지 따로 떨어뜨려 놓은 이유가 뭔지 괜히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처음부터 미리 한 번 가보기라도 할 걸 하는 후회도 함께 밀려왔다.


2층까지 내려가 오른쪽 복도를 지나니 아이는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앞으로 쭉 걸어갔다. 그때 뒤따라오던 아이들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곳은 방과 후 2실이 아니라 그냥 방과 후 실이라는 것이었다. '에헤. 또 아니란 말이냐.'


앞서 가던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다시 돌아섰다. 조그만 아이들이 탐정처럼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자신 있게 두 팔을 휘저으며 걷는 모습이 또 그 와중에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뒤따라오던 아이들도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처음 지나가는 복도를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며 본격적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체육수업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학교 탐방을 하는 아이들처럼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이러다가는 체육 시간을 넘기겠다 싶었다.


같은 장소가 또다시 나타나자 아이들은 복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며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대로 멘붕이 왔다. 단톡방에 올라온 학교 안내 지도를 그냥 지나친 것이 잘못이었다. 우리 반은 4층에서 3층으로 내려와 ㅁ자 복도를 돌고, 다시 2층으로 내려가 또 ㅁ자 복도를 돈 셈이 되었다. 길을 안내하던 아이도 헷갈렸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처음 2층 맨 끝 복도에서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3층 계단에서 오른쪽으로 향하자 복도에 서 있던 체육 선생님이 '짠~'하고 나타났다. 그제야 아이들도 안도의 탄성을 질렀다.


쉬는 시간 10분에 5분이 초과된 상황이었지만, 체감으로는 20분은 돌아다닌 느낌이었다. 힘이 빠진 나는 아이들이 방과 후 2 교실로 모두 들어간 뒤 터벅터벅 뒤돌아 나왔다. 그런데 눈앞에 익숙한 영어타운 뒷문이 보였다. 설마(?) 하는 마음에 계단을 지나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세상에.' 그곳 왼쪽으로 난 복도에 방과 후 1실이 떡하니 나타났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 도착한 방과 후 1실 앞으로 끝까지 걸어만 갔었어도...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마치 장문의 메시지를 읽다 커서를 내리지 않아 중요한 내용을 스킵하는 것과 같았다.


털래털래 맥 빠진 걸음으로 교실로 돌아와 잠시 숨을 돌린 나는, 체육을 좋아하는 우리 반 아이들이 체육 시간을 거의 날려버린 셈이니 실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어쩌겠는가. 얘들아, 선생님을 맘껏 원망하렴!'


잠시 뒤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이들은 운동장이나 체육관이 아닌 교실에서 한 체육이 재미없었다며, 오히려 선생님과 함께 교실을 찾아다니며 돌아다닌 게 훨씬 재미있었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 걱정이 눈 녹듯 풀렸다.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3학년부터는 체육 시간에도 가끔 교실에서 공부할 때가 있다며 아이들을 다독였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놓였다.

교실을 찾느라 체육 시간을 놓쳤는데도, 아이들 입에서 속상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생님과 함께 학교를 한 바퀴 돌았던 일이 재미있었다고 말해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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