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번 꼭 모든 아이와 대화하기
우리의 망중한은 회의 시간이다. 그것도 부장이 전달해야 할 안건이나 긴급한 결정 상황이 있을 때다. 회의는 교사실에서 이루어진다. 교담 시간 조정과 체험학습 계획 안내가 끝나면, 잠깐 교실로 돌아가기 전 사담이 시작된다. 교실에서 일어난 다양한 에피소드를 나누고, 공감되는 순간들 속에서 위안을 얻는다.
어느 선생님이 아이들을 보내고 난 뒤,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를 되짚다가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아이가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 말에 다른 선생님들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반에 23명의 아이들은 학교에 와서 수업을 받고, 급식을 먹고, 청소를 하고, 알림장을 쓰고 돌아간다. 아침에는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아 독서를 하고, 1교시 전에는 안내장을 나누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 수업이 시작된다. 모둠활동이 있는 날에는 아이들끼리 활동을 하고, 교사의 질문에 답한다. 쉬는 시간에는 보드게임을 하거나 그림을 그린다. 급식 시간은 시장처럼 북적여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다. 교실로 돌아와 청소를 하고 알림장을 쓰고 인사를 하면 하루가 끝난다.
학교에서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은 대개 장난꾸러기들이다. 대화가 필요한 상황을 자주 만들기 때문이다. 민원이 들어오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 아이들과는 상황을 확인하고 순서를 묻고, 다시 약속을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자연스럽게 교류도 많아진다.
반대로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못한 아이들은 조용하고 자기 할 일을 잘하는 아이들이다. 손이 가지 않기에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 선생님의 말을 듣고 문득 생각했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과 얼마나 소통하고 있을까.
소인수 학급에서는 아이들과 수다를 나누며 사소한 이야기까지 알게 되기도 한다. 부모님의 다툼 이야기, 복지센터 선생님의 성격 이야기, 오이 농사가 잘돼 바빠졌다는 이야기까지. 알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마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고민 끝에 학급비로 아침밥 활동 공책과 마음일기를 구입했다. 등교 시간이 8시 30분이지만 8시부터 오는 아이들도 많다. 아침 독서 전까지 시간을 흘려보내는 아이들이 많아 시작한 활동이다. 아이들은 날짜와 날씨를 적고, 오늘의 기분을 한 단어로 표현하고, 이유를 한 문장으로 쓴다. 따라 쓰기와 미션 확인란도 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이 활동에 정성을 들인다.
공책을 가져오면 아이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한다. 기분이 좋으면 왜 좋은지, 나쁘면 왜 그런지 묻는다. 잠을 못 자서 피곤한 아이, 동생과 싸워 마음이 상한 아이, 유튜브 시청 시간이 줄어 속상한 아이. 비가 와서 좋은 아이도 있고, 비가 와서 싫은 아이도 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수업 전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아이들 표정도 조금은 부드러워진다.
하루의 마무리인 알림장 시간에는 ‘좋았어요, 아쉬워요, 해보고 싶어요’를 적는다. 이 시간의 장점은 하루 학교 생활이 어땠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로 체육이 있는 날에는 “체육을 해서 좋았어요”가 많고, 급식이 잘 나온 날에는 음식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아쉬워요”에는 학교가 끝나서 아쉽다거나 체육이 없어서 아쉽다는 이야기가 많다. 가끔은 발표를 못해서 아쉽다는 아이도 있는데 그 아이는 꼭 기억해서 다음날 제일 먼저 발표를 시켜본다.
아침활동 전과 알림장을 쓰는 시간을 통해 우리 반 아이들 모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좋다. 아침과 하루의 끝에서 마주하는 그 짧은 대화들이, 아이들과 나 사이를 조금씩 이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이사를 간다는 아이도 있었다. 지금쯤이면 새 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 학교에 와서 쫑알쫑알 이야기를 들려주겠지. 그 이야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도 오늘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