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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나에게 반면교사다.

칠푼이 팔푼이

by 나비

남편은 나에게 반면교사다. 가끔은 '저렇게 살아야지.' 하다가도 아니지, '절대 저렇게 살면 안 되지.' 한다. 어제와 오늘의 온도차가 요즘같은 그는 매일이 연구대상이다.


오후에 갑자기 남편이 전화로 중요한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급한 일이 생기면 남편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변하기 때문에 얼른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냈다.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아무리 봐도 남편이 내 카톡을 읽지 않은 것이다. 이상하다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아니다 다를까! 남편이 전화를 하며 목소리를 쩌렁쩌렁 내질렀다.


"왜 아직도 사진을 안 보내?"

"무슨 말이에요. 보낸 지 한참 됐는데......"

"아니야, 내 카톡으로 오지 않았다고."

"정말 이상하네. 그럼, 가족 단톡방으로 다시 보낼게요."


전화를 끊고 다시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그제야 남편은 확인을 하고 전화를 다시 했다.

"뭐야. 이제 확인했구먼. 도대체 어디로 보낸 거야? 혹시 이상한 데로 보낸 거 아냐? 누구야!"


남편은 또 나를 놀리려고 예열 중인 것 같아 얼른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아직도 읽지 않은 카톡 사진이 이상해서 통신상 오류가 생긴 건 아닌지, 남편 폰이 이상한 건지, 내 폰이 혹시 고장 난 건 아닌 지...... 혼자서 고민 아닌 고민을 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흘렀고 남편이 다시 전화를 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 미안해. 사실은 내가 당신을 차단했더라고......"


순간 건너편 남편 얼굴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면서 화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니이...... 왜? 왜 날 차단했어요?"


이래저래 화가 눈송이처럼 뭉쳐져 눈앞에 만약 남편이 있었다면 확 던져버렸을 것이다.

"그러니까 말이야. 아마 전에 우리가 싸웠을 때 내가 차단한 것 같아."

"뭐요? 아무리 화가 난다고 카톡을 차단해요? 당신이 애기요?"


결국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당신이 카톡을 차단해 놓고선 사진을 안 보냈다고 나한테 화를 낸 건 또 뭐냐고요!


갑자기 요즘 들어 어머님이 자주 하시는 흉이 생각났다.

'칠푼이 팔푼이야. 말귀도 못 알아듣는 네 시아버지 말이야.'

젊었을 적 아버님께 구박받은 일들이 요즘 계속 떠오르신다며 복수는 흉밖에 없다고 가끔 찾아뵐 때마다 며느리인 나를 옆에 앉히시곤 소리 없는 흉을 보시곤 하셨다.


"아...... 갑자기 어머님이 가끔 쓰시던 흉이 생각나네요. 차마 말은 못하겠고오."

남편은 한참 생각하는 듯 말이 없더니,

"아, 그 칠푼이 팔푼이? 뭐야, 내가 칠푼이 팔푼이라고?"

"크크크! 아이고 웃겨. 아이고 배 아파. 아니이, 난 꼭 그렇다고 말 안 했어요."


남편이 모를 줄 알고 우회적으로 말했는데 남편도 가끔 시어머님이 중얼거리시는 흉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할게."

"예, 그 사과받아줄게요.

이 나이에 남편과 싸워서 좋을 게 하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쿨하게 사과를 받았다.


그러고는 뒤돌아서 '난 절대 저렇게 안 살아.'를 속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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