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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는 좀더 나아졌기를

나는 소망한다

by 나비

월요일! 늘 맞이하는 하루 중 가장 묵직한 하루다. 일요일의 아쉬움을 단번에 몰아내고 새로운 하루를 기대하며 벌떡 일어난다.


새벽 5시 반, 간단히 명상과 스트레칭을 한 후 비트를 우려낸 따뜻한 차를 식히고 샤워를 한다. 6시쯤 나를 위한 간단한 토스트와 내린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한다. 6시 반에 출근 준비를 한 후, 막내를 위해 구이 한 판을 굽고 달걀을 풀어 프라이 후 케첩을 찹찹찹 하트모양을 만든다. 오렌지 한 개를 보기 좋게 썰어 함께 식탁 위에 올려 두고 7시 20분에 집을 나선다. 막내가 올해 입학한 고등학교가 집 근처라 걸어서 등교하기에 맘이 놓인다.


차에 시동을 켜고 예열이 될 동안 블루투스로 밀리의 서재를 연결해 ‘줄리언 반스의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를 켠다. 다음 주에 있을 독서 모임 도서로 선정돼 출퇴근하며 들을 작정이다. 오디오북으로 약 6시간 정도 걸린다. 1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어서인지 듣다 보면 옆 좌석에서 주인공이 앉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 친숙해진다.


학교에 도착하면 이제 아이들과 일상으로 바쁜 하루가 시작된다. 메신저에서는 해야 할 업무들이 계속 올라오고 쉬는 시간에 확인하면서 짬짬이 처리한다. 점심시간에는 밀린 계획서를 보완한다. 수업이 끝난 3시부터 본격적인 나만의 시간이 주어지고 4시 40분까지 학기 초에 내야 할 학습 준비물, 환경미화 신청을 위해 자료를 찾는다. 화장실을 미루다 배가 꼬여 급히 다녀오면 퇴근 시간이다. 오늘 끝내야 할 일을 다 했는지 기록하고 안심하지만, 5학년 교육과정 수정 보완이 필요해 아쉬움을 내일로 기약하고 교실을 나온다.


학교를 나서자 잔잔한 저녁 햇살이 교실 창가를 스쳐 지나간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발걸음은 피곤함에 무겁지만, 그 안에 담긴 보람과 내일에 대한 작은 기대로 위안을 삼는다.


오늘의 나는 조금 더 나아졌기를, 조금 더 성장했기를. 저무는 하늘 아래서 또다른 시작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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