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LF에 막내 바지와 신발을 사려고 갔다. 매장은 다양한 봄상품으로 화사했고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아트박스에서 막내가 샤프와 샤프심, 아이팟 케이스를 사달라고 해서 잠깐 들렀다. 아담한 공간에 예쁜 물건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었다.
계산대 앞에 줄을 섰는데 맨 앞에 서 있던 여자가 물건값이 다르다며 항의했다. 세일가로 상품가격이 붙어있었다며 계산대 앞에 서 있던 직원에게 같이 가자며 강하게 요구했다. 옆에 서서 계산대를 보던 직원이 따라갔다. 잠시 후 그 손님은 자신이 확인한 게 맞고 잘못된 가격표는 지금 당장 바꿔야 하지 않냐며 다시 앞으로 와서 또 다른 계산대 직원에게 자꾸 자기와 같이 그 장소로 가자고 했다.
계산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나는 상황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여자는 계산이 끝났는데도 가지 않고 가격표를 바꿔놓으라고 요구하며 계속 서 있었다. 직원이 조금 당황해하며 지금은 기다리고 계신 손님들 계산을 도와드려야 한다고 거절했다. 여자는 그제야 우리 쪽을 쳐다보았다. 그사이 대기 줄은 더 늘어나 있었다. 결국 그녀는 민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졌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오늘처럼 대형 쇼핑몰에서 마주한 경험은 생소했다. 특히 내 앞에 선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다. 아마도 앞에 있던 손님의 차분함이 나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 내 뒤에 있던 사람도,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도 조용히 서 있었는데, 이 상황들이 결국 내 앞에 서 있던 사람에게서 나온 나비효과가 아니었을까!
오늘처럼 일상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는 순간은 정말 소중한 것 같다. 작은 선택이 누군가의 하루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그리고 손님이 붐비는 시간대에 계산을 담당한 직원과 손님의 민원을 담당할 직원이 있었더라면 그 여자 손님도 훨씬 만족스러운 쇼핑을 하고 갔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