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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시간에 우리는 말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속상해요

by 나비

국어 시간에 우리는 말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한 상황을 이야기하는 도중 한 아이가 실제 겪었던 일을 말했다.

“축제 때 줄을 서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모르는 할머니께서 제 머리를 손으로 세게 치면서 안 보인다고 말해 속상했어요. 말로 하시면 될 텐데 왜 머리를 밀치셨을까요? 할머니가 무서워서 말도 못 했어요.”


그러자, 다른 아이도 생각났다는 듯이 손을 들고 말했다.

“저는 집에서 아빠가 소리를 지르시면서 “옆으로 좀 비켜!”라고 말해서 놀라 울었어요.”


갑자기 여기저기서 아이들은 비슷한 상황이 생각났던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저도 있었어요. 엘에프에 있는 아트박스에서 예쁜 스티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제 머리를 뒤에서 손으로 밀고 앞에 있는 물건을 가져갔어요. 너무 놀랐거든요. 말로 하시지. 왜 그러셨을까요! 화도 나고 속상했어요.”


아이들은 모두 갑작스럽게 겪었던 억울한 상황이 떠오르면서, 그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속상했던 기억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때 말을 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무서워서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그렇게 느낀 이유는, 아마도 그 순간에 자신들이 처한 위치와 상황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과의 관계에서 힘의 차이를 느끼거나, 어른들의 권위를 무시하거나 도전하면 불이익을 받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특히 갑작스럽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당황하거나 놀라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의 반응을 이해하거나 그 행동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처할 경험이 부족함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것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런 경험들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점점 더 소극적으로 반응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습관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교실에서도 종종 친구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전달하지 못해 서로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


첫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실제 경험한 사례로 당시 느꼈던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 참 의미 있었다. 다음 국어 시간엔 역할극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말하는 연습을 가져보기로 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소통의 가치를 깨닫고, 더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 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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