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꽃에서 발견한 인생
구례로 출장을 다녀왔다. 지리산 학생 수련원에서 열린 수련회 담당자 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티맵 덕분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지만, 계속 앞만 보고 빠르게 운전해야 하는 점이 조금 불편했다. 특히, 큰 화물차와 덤프트럭들 사이를 오가는 것은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회의 시간보다 여유 있게 도착하려고 고속도로를 선택했지만, 돌아가는 길은 국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긴 회의가 끝난 후, 학생들이 머물게 될 숙소를 점검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생태 학습장을 지나자 곳곳에 심어진 산수유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빽빽한 나무 가지 위로 활짝 피어 있는 노란 산수유꽃을 가까이서 보니 아주 작고 여린 꽃들이 모여 한 무리를 이루고 있다. 마치 노란 눈꽃들이 엉겨 붙어 있는 것 같다.
겨울의 긴 고요를 견뎌내고, 마침내 봄 햇살 아래에서 노랗게 꽃을 피운 산수유는 마치 꽃말인 "영원한 사랑", "기다림"처럼, 봄을 기다리는 이에게 약속을 지키며 자신을 내어 보이는 사랑이다. 더불어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끊임없는 인내와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애쓰는 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산수유나무의 뿌리가 깊은 땅속에서 단단히 자리 잡아 나무를 지탱하듯, 인생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지탱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