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맨발등산이 준 교훈!
매년 1월 1일 마니산 맨발 걷기로 한 해를 시작하게 된 지 15년 가까이 아니면 그 이상이 된 듯하다.
올해도 역시 마니산 맨발등산으로 한 해를 열었다. 땅은 늘 다르다. 얼음이 섞인 진흙탕이거나, 그냥 얼음이거나 아니면 조금은 보송보송하거나 올해처럼 차가운 영하의 기온에 딱딱해진 땅이기도 하다. 땅은 늘 다를 수 있고 다른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길을 걷는 인간들은 늘 항상심과 체력과 맑은 정신 즉 최적의 컨디션을 늘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신령님이 그 길을 허락하시는 듯하다. 이 사실을 머리로는 늘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올해 찐하게 경험하게 되었다.
몇 년 만에 걸린 심한 감기로 2026년 1월 1일 기준으로 20일 이상을 앓았던 것 같다. 코로나인가 싶어서 검사도 해보았는데 음성임에도 극심한 인후통과 기침과 콧물로 매일 피맛을 보고 살았었다. 기침하면 목에서, 코를 풀면 코에서 하얀 휴지에 배어 나오는 붉은색 때문에 며칠간은 정해진 일정도 취소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1월 1일이 점차 다가와서 컨디션 관리에 좀 더 박차를 가했고 그 결과 어느 정도의 기침만 남고 감기증상은 거의 호전되었다.
드디어 당일이 되었고 지인들과 마니산으로 출발했다. 마니산은 늘 나를 있는 그대로 맞아 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가는 길에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1시간 남짓 달려 마니산 매표소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조금 걷다 보면 금세 계단로와 단군로의 갈림길이 나온다. 나는 최근 몇 년간은 거의 단군로로 걷는다. 올라가는 능선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능선에는 귀여운 고양이들도 살고 있다.) 단군로를 선택해 따뜻한 커피와 어묵 등을 파는 매점이 있는 방향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서 평상에 앉았다. 그리고 신발과 양말을 가방에 넣고 맨발 등산 준비.
PDCA를 통해서 체중도 11kg 감량했고 계속 운동을 했던 터라 몸도 가볍다. 올라가는 길에 막힌 줄 알았던 코에서 콧물이 계속 흘러 코를 풀면서 등산을 하긴 했지만 몸이 가벼워져서 큰 어려움 없이 선두에서 걸어가며 참성단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참성단에 올라 마니산 산신령님께 올해도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하고 발을 닦고 신발을 신은 후 내려오면서도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지인들은 내가 거의 나는 듯이 내려갔다고 한다.)
기분 좋게 하산하고 강화풍물시장으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운전했다. 그런데 운전하는데 발의 느낌이 평상시와 다른 것이 느껴졌다. 평상시라면 기분 좋은 간지러움이 맴돌아야 할 발이다.
그런데 마치 개구리발이 된 것처럼 발가락 10개에 모두 냉기가 매달려 있고 그 냉기가 허벅지를 지나 고관절까지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강화풍물시장에서 식사를 하고 지역으로 돌아와 막걸리를 한 잔씩 더 하기로 했었는데 지역으로 돌아와서는 막걸리는 다음으로 미루고 곧 헤어졌다. 발의 냉기를 빨리 빼야겠다는 생각에 더 우선했다.
돌아와서 발을 확인하니 확실히 냉기가 꽉 들어찼다. 서둘러 수온 38도 정도의 물을 받아 발을 담그고 냉기를 빼면서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원인이 세 가지 정도 되는 것 같다.
첫째로는 '감기'를 너무 간과했다는 것이다. 겨울 맨발을 걷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바람 한 점 들어올 수없는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 냉기는 혈관 수축을 야기해 혈류 흐름에 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복장은 챙기면서 몸속의 냉기를 간과했다. 콧물이 줄줄 흘렀을 때 몸이 주는 사인을 빨리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사인을 무시했던 것이 첫 번째 실수이다.
두 번째로는 참성단에서 내려올 때 발을 꼼꼼하게 닦지 못했다. 산길이 딱딱하게 얼어 있었지만 물기가 없어서 흙만 털고 양말 신고 내려온 것이 두 번째 실수이다. 그 흙들이 발가락 사이 그리고 발바닥에 여전히 남아 냉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세 번째로는 유난히 신발끈을 꽉 묶고 내려왔다. 묶으면서도 조금 꽉 묶었나?라는 생각이 살짝 들 정도였던 것이 기억났다. 즉 몸속의 냉기를 품고 발의 냉기도 유지한 채 신발은 꽉 묶어 혈액 순환도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하산하는 동안 방치했던 것이다.
오늘이 1월 12일이다. 지금도 걸을 때 조심조심 걷고 있다. 순간의 방심과 과신으로 이런 결과를 초래했고 올해 들어 내가 얻은 소중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한 일이라도 늘 방심하지 말고 겸손하게 한 번 더 되돌아볼 것.
2026년 1월 1일의 깨달음이다. 매일매일 발을 담그고 발가락 운동을 하면서 되새기고 있다. 절대로 잊어버리지 못할 교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