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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잰 Sep 18. 2023

[길:제주 올레 올래?] 코스 01-1 (1)

- 성산포항 ~ 우도 일주 ~ (서울)

   1코스를 마친 어젯밤에는 정말 오랜만에 완전한 숙면을 취했다. 창밖으로 성산일출봉을 보기 위해 일어나서 커튼을 열었더니 해도 완전히 떠올라서 환한 아침이다. 잠도 푹 자고 적당히 이른 시간에 기상해서 상쾌한 기분으로 1-1 코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평소 아침은 먹지 않지만 걷기 위해서는 뭐라도 좀 먹어야 할 같아 어제 사놓은 바나나와 커피로 간단히 요기했다. 안 먹는 것보단 훨씬 든든하긴 하다. 정비하고 다시 짐을 꾸린다. 어제 쇼핑한 것들도 함께 잘 꾸려서 배낭을 최대한 가뿐하게 만든다. -딸들이 제주도 감귤 모자를 갖고 싶다고 해서 성산일출봉 주차장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제주애퐁당이라는 기념품숍에 들러서 딸들을 위한 제주감귤모자와 감귤핀, 나를 위한 감귤머리끈, 남편을 위한 (감귤굿즈는 딱히 없어) 하루방 소주잔을 어제 구입했었다. 작년에도 @제주애퐁당에서 감귤모자를 팔았었지만  크게 유행 타지 않았었는데 올해 갑자기 대유행이 된 듯하다. 여기저기에서 감귤모자 인기 폭발이다. -

 https://m.visitjeju.net/kr/detail/view?contentsid=CNTS_200000000015061

[사진 출처:비짓인제주]

  1-1코스는 우도 코스로 성산항종합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우도로 들어간다. 아침인데도 벌써 해가 쨍쨍쨍이다. 숙소에서 08:30분경 출발, 어제 1코스에서 넘어올 때는 지쳐서 넘어왔던 올라왔던 고개를 오늘은 힘차게 걸어 내려가다 보면 17여분 남짓 걸어 성산포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1코스 say good bye ~! 1-1코스 say hellow~ ?

  우도행 티켓 매표소에서 승선신고서를 아예 2장 작성해서 돌아오는 것까지 매표했다. 승선해서 실내로 안 들어가고 바로 제일 위층 갑판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 잡고 있는데 갑자기 출항을? 우도 들어가는 배 시간은 09:30인데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선장님이 09:10에 그냥 출발해 버린다. 이런 기세가 있나~ ^^; (우도에서 건너오는 배도 마침 있어서 09:30 출항에는 별 문제가 없었을 것 같다.)

출항하여 25분 정도 아름다운 윤슬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이하는 여유를 부려 본다.

성산항 흰 등대와 우도 빨간 등대 사이 아름다운 윤슬
천진항으로 입항. 점점 가까워 지는 빨간 등대가 반겨준다.

빨간 등대가 눈앞으로 다가서며 우도 천진항에 도착했다.

  1-1코스 스탬프부터 찍고 인증샷을 남긴 후  햇빛이 뜨거워서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 걷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바로 걷기 시작한다. 정방향으로 걷기 시작했고 '우도해녀항일운동기념비'를 가장 먼저 사진으로 담았다.

천진리 마을회관을 지나니 꽃들이 소담하다. 순서대로 : 분꽃 >> 흰꽃나도사프란 >> 프렌치 메리골드 >>칸나

  천진리 마을회관을 보며 좌회전하면 주택가가 이어지는데 돌담에, 길가에 꽃들이 많다. 작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꽃도 있고 키가 크고 도도한 꽃도 있다.

  * 꽃말

    - 분꽃:  소심, 수줍음

    - 흰꽃나도사프란: 즐거움, 지나간 행복

    - 프렌치 메리골드: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 칸나: 행복한 종말, 존경


 그 풍경에 평화로움을 더하듯이 어미소와 송아지가 서로 꼭 붙어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이런 풍경을 평일에 오롯이 느끼며 걸을 수 있다니 참 감사한 일이다.  1코스에서는 주로 말을 많이 보았는데 우도 코스는 이름답게 확실히 소들이 먼저 자태를 드러낸다. 사람을 많이 보았는지 소들은 크게 놀라지 않고 유유자적이다.

 또 하나 많은 것이 관광용 전기 자전거와 전기 미니자동차이다. 전기 자전거와 전기 자동차를 탄 수많은 관광객들이 해안도로 커브 너머와 골목길에서 출몰? 아니 나타난다. 평일이 이 정도인데 주말에는 어떨까 싶다. 요즘 ‘오버 투어리즘’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고통이 매우 많다고 하는데 우도는 어떨지… 관광객들이 와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어글리 관광객이 아닌 교양 있고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 주어  관광객과 주민들이 그 터에서(누구에겐 관광지이지만 누구에겐 삶터) 서로 상생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전기 킥보드 타고 내기하듯이 빠르게 달리다가 여기저기서 넘어지면서도 자기 무리끼리 낄낄거리며 장난치는 모습들이 주변인들에게는 심히 위협적이었다. 성숙한 문화인의 태도 필요할 듯.)


   그렇게 풍경도 감상하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면서 길을 걷다가 제주 젊은이들의 무사 안전을 기원하는 방사탑을 지나 하고수동 해수욕장에 다다랐다. 사실 하고수동 해변인지도 모르고 걷고 있었는데 해변과 그 주변의 경관이 상당히 이국적이어서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되었다. 마침 그즈음 출출하기도 했고.

 인근에서 점심을 먹고 갈까?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갑자기 '해적식당'이라는 곳이 나타났다. 내가 좋아하는 재즈와 보사노바 음악들이 정말 바람을 타고 온 듯이 귀에 들어와 음악을 따라가 보니 해적콘셉트의 식당이 짜란~

인테리어에 진심인 해적식당 사장님~
돌문어전복해물라면을 주문하고 인증샷

  인테리어에 진심이다. 이 사장님. 주문해 놓은  점심을 기다리며 해적식당을 검색해 보니 역시 나름 유명한 집이다. 콘셉트도 워낙 특이하고 사장님 부부도 개성이 엄청 강하신 것 같다. ^^ 친절히 반찬 리필도 해주시고 궁금한 걸 여쭤 봤을 때도 잘 대답해 주셔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라면도 맛있었고 반찬도 맛있었다. (돌문어만 조금 질겼어요^^;;)

  마지막으로 이 집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천원짜리에 소원 써서 천정에 붙이기!! 소원을 써서 드렸는데 사장님이 압정을 꽂으시더니 갑자기 순식간에 천정으로 던져서 한방에 고정시켜 버리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상 찍을걸.. 어쨌거나 사장님의 한방으로 나의 소원은 우도 해적식당에 잘 꽂혀서 제주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을 것 같다. 그렇게 맛있게 식사하고 인증샷 하나 찍고 다시 출발한다. 바로 7분 정도 걸으니 중간 스탬프 찍는 곳도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비치같은 느낌이 풍기는 이국적인 곳이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 와야겠다.

이제 비양도 in 우도를 지나서 우도등대와 우도봉으로 향한다. (제주도 한림항에서 배 타고 가는 비양도와 이곳 비양도는 다른 곳이다) 여기서부터 약간씩 지치기 시작한다. 속도를 조절하며 조금 천천히 가되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 보면 저 앞에 우도등대가 보인다.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듯하면서도 손에 잡히지 않는 우도등대. 사진촬영도 점점 안 하게 된다. 빨리 저 등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정말 걷고 걷고 또 걷고 굽이친 언덕을 한참 올라가다 보면 드디어 우도 등대가 나타난다.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그제야 우도등대가 위치한 검멀레 해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말 아름다운 해안절벽이다.

(사진 출처:https://m.blog.naver.com/crowmingue/221428997843)
너무나 반가웠던 우도등대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자마자 주저앉아 인증샷

  절정을 찍고 나니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마지막 스탬프를 향해 다리와 배에 다시 힘을 주고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걸어서 14:11에 다시 천진항에 도착했다. 천진항 앞의 노점에서 우도 땅콩 20,000원 한 봉지와 아이스커피를 사서 15:00 성산행 배에 탑승했다. (우도 땅콩 집에 와서 먹었는데 너무 맛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사 올걸 그랬다.) 이번에는 뷰도 필요 없고 시원하게 앉아 쉬고 싶어서 바로 실내 객실로 들어가서 기둥에 기대어 늘어진다. 바지에는 자연 소금이 생겨서 부슬부슬하다.

고생했다. !!!

  15:30 성산항 여객터미널 도착해서 공항행 111번 버스 탑승장으로 바로 이동한 후 잠시 숨 돌리며 대기했다가 시간이 되어 버스 탑승 그리고 1시간 30분여를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제주공항에서 저녁을 먹을 때면 주로 4층 식당가의 '진고복'에서 식사했었는데 이번에는 분식류가 먹고 싶어서 찾아보았더니 푸드코트가(이름이 스카이 애비뉴? 였던 것 같다.) 있다. 거기서 사골칼국수와 만두세트 먹었는데 먹을만하다. 깔끔하기도 하고 맛도 괜찮아서 다음에도 종종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거기서 식사하고 좀 앉아서 1박 2일을 알차게 잘 다녀온 내게 작은 칭찬도 하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다.   

  19:50.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 그리고 21:00 서울에 도착하니 잘 다녀왔냐며 막걸리 한잔 마시고 가라는 지인의 연락이 휴대폰으로 들어온다. 돌아오는 시간에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남편을 불러 셋이서 막걸리 한잔하고 집에 들어온 것으로 01-1코스 여행이 드디어 종료되었다.


  계획했던 대로 제주 올레 전코스 완주의 첫걸음을 잘 시작하게 되어 굉장히 기분 좋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힘낼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해서 올 수 있었기에 매우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분량조절 실패하고^^;;; 부록편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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