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포구 - 수월봉 육각정 - 신도포구 - 산경도예 - 무릉외갓집
늘 마음은 제주에 있지만 몸까지 데려간 것은 참 오랜만이다. 드디어 올해 세 번째 올레이면서 누적 5개의 길을 걷게 되었다. 올해 계속 강행군으로 달렸던 일정에 급기야 체력과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여러 가지 몸의 이상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치아도 2개나 발치하게 되었던 것에 약간의 충격을 받아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PDCA도 잠시 멈춤을 선언했다. 그래도 90% 이상은 실천하는 나날이었지만 잠시 쉬기로 '선언'하니 그것만으로도 몸의 컨디션이 갑자기 향상되는 기분에 참 사람이 간사하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느슨하게 PDCA를 진행하던 차에 남편의 제안으로 제주올레에 다녀오게 되었다.
제주도 자전거 극기훈련으로 20년간 10회 이상을 30명 이상의 학생들을 인솔하여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했었는데 그 시간 속에는 이제 27살이 된 큰 딸과 24살인 둘째 딸 그리고 20살이 된 막내딸과의 추억이 함께 한다. (막내딸도 6살 때였던 것 같은데 인솔 차량에 탑승해서 물을 전달하고 짐 나르는 것도 도와주는 주무의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큰 딸과 둘째 딸의 원성이 자자했던 기억이 있다. 본인들은 뙤약볕에 자전거 일주를 하느라 힘든데 막내만 차에 타고 이동한다고. ^^ ) 그랬기에 남편이나 나나 제주도에 대한 마음은 매우 애틋하고 남다르다. 그런데 이제는 제주올레를 다닌다고 혼자 돌아다니니 이번에는 함께 가주고 싶다고 했던 것이다.
1박 2일 정도밖에 시간이 허락되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 제주올레길도 걸어야 하고 이제는 형님 동생이 된 제주도에서의 25년 지인도 만나야 해서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코스는 일단 제주도에 내려가서 정하기로 하고 6월 24일 월요일 새벽 6시 비행기에 올랐다. 제주도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업된다. 컨디션이 그냥 마구마구 좋아지는 것 같다. 이 시간에도 만석인 비행기가 이륙하고 구름을 내려다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서울과 제주 장마 소식이 있어서 하늘이 그렇게 맑지는 않았으나 그 대신 덜 덥겠지라고 긍정회로를 돌려 본다.
7시 10분에 제주공항 도착. 동생(이 된... 도련님도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 할지? 호칭 정리가 필요하겠다. )이 픽업을 나왔다. 역시 반가움 게이지가 10,000 이상으로 올라간다. 일단 이동하면서 인사를 나누기로 하고 해장국집으로 달린다.
해장국집에 가서 뜨끈한 '소고기 해장국'을 한술 뜨니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여기에 제주 막걸리까지 한잔 들이켜니 속이 짜르르 아주 좋다. 아침을 먹으면서 그동안의 회포를 아주 조금 풀어놓고 오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면서 코스를 정해 본다. 동생은 무릉에 있다가 저녁에 제주시로 들어와 세 명의 아이들과 와이프(이번에 언니 동생으로 호칭 정리 완료)와 함께 만나기로 했으니 우리는 무릉으로 도착하는 코스를 고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12코스가 무릉외갓집에서 용수포구로 이어지는데 역방향으로 걸으면 정확하게 동생이 있는 곳으로 도착하게 되는 것을 확인했다. (동생의 무릉집이 제주 11코스 종착지 근처라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 더 이상의 고민 없이 12코스 역방향으로 결정!
식사를 든든히 하고 용수포구까지 우리를 데려다주면서 위에 보이는 바나나와 이온 음료 등의 간식을 한 꾸러미 안겨 주고 홀연히 떠나갔다. 이제부터는 제주올레와의 시간이다.
용수포구가 우리를 반긴다. 출발시간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