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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 Apr 12. 2022

내면의 빈곤

없어 보일까 봐

겉치레를 하게 될 때가 많다. 선물을 할 때 없으면 없는 대로 성의 표시만 하면 되는데 무리하게 된다. 물론 마음만큼 좋은 선물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상대가 선물을 받고 하찮아할 것을 미리 생각하기도 한다.

     

막상 나는 선물이라면 받는 것만으로 기쁘다.     


어쩌면 나의 마음 어딘가에 선물에 값을 매겨서 기쁨의 크기를 달리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도 내가 받을 때는 그렇지 않다. 그러면서 남에게 선물을 줄 때는 내가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가격대와 고급스러움에 매달린다. 실제 그렇게 가지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그럴 때는 마음을 다잡는다. 성의표시를 하는 것이지 내 재력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말이다. 물론 재력이랄 것도 없지만. 어쩌면 선물을 받고 쓸데없는 것을 받았다면서 투덜거리는 사람을 자주 보아서 더 선물을 하는데 신경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사람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더 잘 기억하는 편이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말아 버리면 그만이기는 하다. 하지만 어쩐지 내 마음에는 안 준 것만 못한 선물에 대한 압박감이 남았다.      


이밖에도 없어 보일까 봐 무리하는 일에는 뭐가 있을까? 내가 쓰는 돈이나 겉포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막상 사람을 만나면 보이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우리는 인식하고 꾸민다. 이것은 단지 상대에 대한 예의로 단정함을 갖추는 것과는 또 다르다. 화려하지 않아도 되고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되는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외형을 갖추는 일에 지나친 관심도 나를 무리하게 하는 것이다.     


요즘은 생긴 대로 인정하고 사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도 남의 외형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면 사는 법 말이다. 외형, 재물, 능력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만족하며 사는 것은 역시 마음을 갈고닦아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지점도 갈고닦음을 통한 만족과 행복이다.     

 

우리가 겉치레를 하는 것은 내면의 빈곤함이 들키지 않기 위한 방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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