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목포 역에서 우리는 조금 여유 있게 내릴 수 있었다. 아무래도 짐이 많은 것과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챙길 것이 너무 많아서 탈 때도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내릴 때도 그랬다. 덕분에 기차에서 승무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지도를 켜고 가볼까요?”
우리의 숙소는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고 지도는 말해주었다. 단지 예상을 못한 것이 있다면 평평한 휴대폰이 산 꼭대기의 숙소를 알려주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유모차와 아이 셋, 캐리어 둘.
언니와 나는 이 모든 것을 이끌고 꼭대기를 향해 전진했다. 말 그래도 전진. 이게 전투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애들 차조심 시키면서 강하게 내리쬐는 햇살과 싸우며 커다란 캐리어 두 개에 유모차. 결국 언니는 중간에 캐리어를 잘 숨기고 유모차와 아이들을 먼저 이동시켰다.
“와아...”
예쁜 하늘을 보고 했던 감탄사가 숙소에 도착하니 절로 나왔다. 이제는 짐은 내려놓을 수 있다는 기쁨의 감탄사였다.
아이들은 뛰기 시작했다. 숙소가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다. 목포는 게스트 하우스라고 불리는 펜션급의 숙소들이 즐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딜 가더라도 깔끔하고 예쁘고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기를 추천한다. 정말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처음에 게스트 하우스라는 말에 편견이 있던 나도 이렇게 좋다고 생각하게 된 걸 보면 숙소는 정말 깨끗했다.
보통 게스트 하우스라고 하면 여러 명이서 자는 작은 방을 생각하기 쉬운데 여기는 개인 룸이다. 내 성격상 누구와 같이 방을 쓰면 신경이 쓰여서 더 잠을 못 자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그것은 막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조식이 제공되는 곳이 있는데 우리가 묵었던 곳이 그랬다. 아침이 나오는 것만으로 아이와 여행하는데 일부의 걱정은 더는 일이니 잘 알아보시면 좋겠다. 뭐, 내가 얘기 안 해도 알아서 찾게 되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짐을 풀자마자 우리를 초대한 사람들이 마련한 자리로 이동을 해야 했다. 남도 살기 프로젝트 팀의 설명과 약간의 관광자료를 얻고서는 밥을 먹는 곳으로 갔다. 이것도 프로젝트 팀에서 준비한 것이었다.
한 상이 대단했다. 목포 반찬 자랑이라도 하듯 가득히 채워진 상에 눈을 다 돌리고 한 입씩 맛만 봐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으니. 게다가 맛은, 얼마나 맛있는지 아이들까지 밥을 잘 먹고는 흥겨움에 식당에서 장난을 시작했다. 천안은 키즈 놀이터가 구비된 음식점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들도 그냥 식당만 운영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의 특성상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만. 나가자.”
결국 엄마는 아이들을 끌고 나가게 되어 있다. 입구마저 예쁜 음식점이었기에 우리는 거기서 사진을 찍으며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놀았다. 아이들은 특별한 곳이 아니어도 그것만으로도 너무 신이나 있어서 엄마 마음이 흐뭇했다는 일담. 그리고 사진은, 이 장난꾸러기들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진으로 남았다.
우리는 카페에 들러서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아이들이 빨리 자야 우리가 다음 날 일정을 짤 텐데 역시나 우리 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어린이라서 늦게 잔다. 혼자만 깨어 있으니 엄마한테 더 들러붙어서는 대화를 방해하는 통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올라왔지만 엄마라서 꾹 참았다. 나는 엄마가 되어서 참을성이 더 늘었는데 화는 더 많이 낸다. 그만큼 아이가 나의 인내심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모양이다.
“내일은 그럼 배를 타고 외달도를 갑시다.”
우리는 하루에 한 가지 일정만 소화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하나 이상의 스케줄을 하는 것은 계획을 망치고 기분도 망치기 딱 좋은 설정이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돌발상황도 많이 생기고 시간도 세 배는 걸리기 때문에, 밥 챙기고 하나의 스케줄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다 지나간다. 이건 경험해보면 알게 된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는데 삼십 분 이상은 걸린다. 애들이 깨우면 벌떡 일어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데 더 싫은 것 주말에는 정말, 더 자고 싶은데 벌떡 일어나서 나를 깨운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알아서 옷 입고 씻지도 않으니까 일으켜서 씻기고 옷을 입혀야 한다. 옷 입으라고 쫓아다니는데 삼십 분은 걸린다. 결국 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 시간 이상이다. 거기에 만약, 돌발상황이 추가되면 시간은 턱없이 길어진다. 아이만 챙기는데 그 시간이고 엄마는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가끔은 그것만으로 지쳐서 눈꼽을 달고 그냥 나갈 때도 있다. 아이를 아침에 일어나게 한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어쨌든 우리는 전날 하나씩의 스케줄을 정하고 진행하기로 했으므로 외달도를 결정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부터 딸과 나의 시간이었다.
“엄마 나 유튜브 두 개만 보고 자도 돼요?”
“응. 엄마는 공부해야 돼.”
둘이 있다고 별 걸 하는 건 아니었다. 남들이 기대하는 그런 오붓함도 없다. 침대도 따로 두 개가 있겠다. 게다가 나는 현재 대학생이므로 수업을 들어야 했다. 기한 제한이 있어서 여행을 와서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래서 별로 의욕이 없었나?’
여행인데 너무 해야 하는 의무가 많아서 의욕이 없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인강을 틀어서 듣고 딸은 그 옆에서 신비 아파트를 보았다. 애니메이션은 아니고 피규어로 인형 놀이하는 영상을 열심히 보던 딸은 어느새 잠이 들어있었다. 노트북을 정리하고 씻었다. 목포에 와서 숙소로 이동하고 밥을 먹고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 피곤한 하루였다.
근데, 은근히 콧노래가 나왔다.
내심 즐거웠던 모양이다. 게다가 아이도 잠들었겠다, 고요가 찾아왔다. 나는 창가로 가서 야경을 바라보았다. 올라오기 힘들었던 만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의 모습은 뭔가 신기했다.
‘평화롭네.’
아이와 첫 기차여행의 소감은 그것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