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다행이었다. 아침이 맑았다 천천히 흐려지고 있었다. 우리는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코롬방을 다시 만났다. 거기서 우리는 조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듣기로는 본점의 대표 음식은 11시에 나오는 반면 분점이 케이블카 타는 곳은 더 이른 시간에 빵이 나온다고 해서 우리는 그것을 하루 만에 드디어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왜 그 빵이 명물인지 알 수 있었다. 정말 맛있어서 더 먹지 못해 아쉬운 정도였으니 말이다.
케이블카 표를 끊었다. 어쩐지 하늘이 흐려지고 있었다. 드디어 온다고 예고하던 태풍이 시작되려는 모양인가 보다. 그래도 아직까지 케이블카가 중단된다는 이야기는 없으니 그냥 지나가는 비라고 생각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흐린 비를 보면서 케이블카를 탔다. 목포에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 목포 사람들도 많이 타보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 현존 가장 긴 케이블카를, 현지 사람들도 타보지 못한 것을 우리가 타다니. 감동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케이블카가 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 풍경이 너무 예뻤다.
케이블카는 중간에 한 번 서는데 우리는 그곳에 내려서 높은 곳에서의 풍경을 한 번 보았다. 그리고 사진도 찍고. 춥고 약간의 비와 바람이 불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함께 하면 뭔들 재미가 없을까.
아이들과 함께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더 어릴 때는 꿈도 못 꾸던 일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 감격스러울 지경이었다. 그거면 되었다.
케이블카는 어쨌든 그리 큰 감동을 준 것에 비해 금방 내려야 했다. 하지만 우리가 내리고 오후부터는 비바람이 세져서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되었다. 하마터면 우리는 타보지도 못하고 돌아올 뻔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쏟아지는 비를 보며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점심을 먹기는 해야 하는데 도저히 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배달이었다. 평소에도 배달을 자주 시키는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게스트 하우스라 약간 눈치가 보이는 면도 있었다. 그리고 이 비바람에 배달을 할 분을 생각하니 또 안쓰럽고 미안해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우리와 아이들의 배를 굶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중식을 시켰다. 전에 바다분수를 보러 가서 먹은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먹을만했다. 조금 난감한 것은 현금만 받는다는 점이었는데 게스트 하우스 주인 분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한 잠 낮잠을 잤다. 6일 동안에 처음 있는 낮잠이었다.
저녁이 되었다. 여전히 부슬부슬 비는 내렸고 우리는 마지막 밤을 보내기에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시티투어를 신청했다. 그것도 갑작스레 결정된 일이었다.
택시에서 내려 비를 맞으며 버스로 후다닥 올라탔고, 현금이 없는 우리들은 계좌이체를 적극 활용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건 바로 남진 야시장. 남진의 캐리커쳐가 크게 걸린 야시장은 어쩐지 좀 조용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문을 많이 열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우리가 저녁을 때울 만큼의 여력은 있었다. 우리는 낙지구이를 먹었고 또 고기 야채 쌈을, 무알콜 칵테일도 마셨다. 마지막 저녁 치고는 나쁘지 않은 저녁이었다. 더 북적거리고 비가 많이 내렸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아이들도 만족하고 어른도 만족하는 저녁이었다.
그렇게 시티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방으로 돌아왔다.
“우리 이제 내일 갈 거야.”
아이들은 그 말에 놀라는 듯 보였다. 딸은 가고 싶어 하기도 했는데 막상 진짜 간다고 하니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실컷 늦잠을 자자는 취지로 우리는 늦게까지 딸과 각자 놀다가 잠이 들었다. 물론 마지막 날은 끌어안고 자기는 했지만 딸아이의 휴대폰 사랑은 막을 수 없었다. 잠들기 직전까지 휴대폰을 보는 딸과 함께 나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