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기차는 11시였다. 느지막이 일어나 쏟아지는 비에 한숨이 나왔다. 우리는 우산 없이 맑은 날만 생각하고 시작한 여행이었기에 간이 우산도 없었다. 아침을 먹는 것도 걱정이었다. 최대한 역 근처로 가서 먹어야 이동할 때 비를 덜 맞을 텐데. 그리고 기차는 운행하기는 할지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들이 있었다.
검색 끝에 우리는 해남 해장국이라는 역 근처 해장국집을 찾아냈다. 걸어서 5분. 검색할 때만 해도 5분이 그렇게 긴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택시로 짐까지 든 우리는 해장국 집에서 뜨끈한 국물을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그래, 맛있었다. 원래 고생하면서 먹는 음식은 맛있는 법이지만 여기는 맛집이었고 게다가 목포였다. 대충 들어가도 실패하는 법 없는 목포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맛집이라니.
우리는 허겁지겁 아침을 챙겨 먹었다. 그리고 배가 어느 정도 차니 걱정이 시작되었다. 역까지 우산 없이 아이들과 짐을 가지고 어떻게 가지? 우리는 정말 고민을 많이 하다가 가게의 인정에 기대 보기로 했다.
“우산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게 말하자 흔쾌히 커다란 장우산 두 개를 내어주셨다. 그 인심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우산은 가져다 드리겠노라 하고 우리는 아이들과 우산을 썼다. 문제는 그 우산의 유무와 상관없이 내리치는 빗방울이 몸을 젖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혹여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또 걱정했다. 게다가 아주 어린아이까지.
걱정에 걱정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다행히 아이들의 옷은 금세 마를 정도만 젖어 있었다. 문제는 우산의 반납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6개월 된 아이를 안은 언니가 다녀올 일은 아니었다. 나는 우산 두 개를 챙겨 가게까지 갔다.
“여기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치 영웅이라도 된 냥 달렸다. 빗속을. 그 태풍 속을.
옷은 당연히 쫄딱, 속옷까지 젖었다. 기차를 타기도 민망할 정도였지만 다행히 춥지는 않았다. 감기, 기운만으로 넘어간 튼튼한 내 몸을 칭찬한다.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아이는 여전히 목포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가끔 다시 가고 싶다고 말을 한다. 아니면 다른 곳이라도 가보자고 한다. 그럴 만큼 좋은 추억이었을까?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줄 수 있었던 목포를, 나는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