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을 마친 후 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기다린다. 기다릴 곳이 어디든 펜과 종이가 있으면 나는 쓴다. 보통은 감상에 넘치는 글의 첫머리나 재미있는 사건들을 글로 적지만 특히 이 짧은 시간 몰입해서 쓰는 글은 느낌이 다르다. 나는 언제부터 글쓰기가 좋았을까?
초등학교 5학년 여름, 친구 집에 놀러 가서 그 아이의 언니가 쓴 판타지 소설을 읽어보고 받은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얇은 노트에 쓰인, 언니가 만들어낸 세계를 보면서 글을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쓸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된 처음의 사건이었다.
그 후로 꾸준히 그냥 글을 썼다. 이러저러한 소설을 주로 썼는데 지금은 그 글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몰라서 그냥 내 안에 체화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글은 쓰는 만큼 늘었지만 나는 워낙 뒤에서부터 왔고 이제야 남들이 읽기는 할 수 있는 글을 쓰게 되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대단한 글은 쓰지 못하지만. 대단한 글을 쓰고 싶다는 건 욕심이려나? 그래도 저 정도면 글 좀 쓰는 사람이구나 하고 보일 정도이고는 싶다.
가장 큰 꿈은 소설책을 내는 것인데 그게 가능할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직은 써보지 않아서이다. 그렇다고 쓰려고 하면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의 평생에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 같은 것이다. 평생 한 권의 책을 쓰고 죽는 사람도 있다니까.
그냥 한 권은 내 책을 갖고 싶다는 막연한 욕심이 만들어 낸 허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허상이면 어떠랴 내가 즐겁고 하고 싶은 일이 쓰기에 있다면 그 쓰기를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다들, 써야 하니까 쓴 건 아닐까?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끌림이 있지는 않았을까? 모든 이의 속을 알 수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그런데 어쩐 일인지 글이 내 마음대로 손에 잡히지를 않는다. 왜일까? 조금 기분이 다운되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솔직한 글을 뽑을 수 없는지도...... 차라리 이럴 땐 쓰기를 멈추어 보는 것은 어떨까? 멈추고 돌아보는 것으로 내 안에 채워 넣기를 하는 것이다. 아이를 기다리며 채워 넣기를 하는 것이다. 아니 내가 채워지는 일을 하는 것도 좋다. 지금은 쓰고 있지만 받아들임은 뭔가 또 다른 작용을 해서 나에게 쓰기의 힘을 돌려주지 않을까? 글이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다고 생각하면 편할까? 그동안 무엇을 이토록 소비하며 살아왔을까? 비어진 내 공간의 어둠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