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핫도그

by 루카

피아노가 끝나면 나와 딸, 우리는 주로 핫도그를 먹는다. 학원 근처에 있는 핫도그 맛집이 있어서 피아노를 가는 이틀을 전부 핫도그 집에 가기도 한다. 우리 동네에는 없는 핫도그 집에 나와 딸은 열성적이다. 이제는 사장님과도 친해져서 조금은 녹은 분위기로 가게에 들어간다. 그리고 따님은 한 술 더 떠서 “왜 이름이 쏭스예요?” 하고 사장님과 대화를 시작한다. 그럴 때 내성적인 나는 뻔뻔한 척 고개를 들고 있지만 사실은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의 친화력을 말릴 능력은 없다. “그만 하고 핫도그 먹어.”정도로 타이르면 눈치껏 와서 앉기는 하는데 그것도 잠시이다. 아무도 없는 가게 중앙에서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을 보며 내 귀가 뜨거워진다. 그쯤 되면 한층 격양된 톤으로 “앉아.”라고 하지만 딸은 이미 비트에 몸을 맡긴 후이다.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많았으면 중앙이 무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해진다. 사람들이 구경할 정도로 웃긴 춤을 추기 때문에 아마도 구경차 모여들 거라고 생각한다.

나와 딸은 이렇게 핫도그 가게에서 한 사람은 쑥스러워하고 한 사람은 엄마 눈치를 보면서 흥을 발산하는 광경을 만들어 낸다. 사람이 더 많았다면 내가 말리기는 했겠지만 나와 성향이 다른 아이는 춤과 노래, 말을 잘 멈추지 않고는 한다. 말, 노래, 춤 모두 소리가 크든지 동작이 크든지 한다. 그리고 엄마인 나는 크게 부끄럽다. 그렇다고 뭐라고 하기도 그렇다. 나름의 흥 폭발인데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내가 이해해보려고 애쓴다. 얼굴 새빨개진 엄마와 춤추는 아이가 길에 있다면 나와 딸이다. 인사해주시면 수줍게 인사를 받도록 할 테니 손가락질은 하지 말아 주세요.

어쨌든 이 거리 공연이나 가게 공연에도 룰이 있는데 일단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또 다치지 않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흥이 아니라 민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는 건 말린다. 그리고 가끔, 아니 자주 춤에 무아지경으로 보이는 딸이 다칠까 봐 엄마는 그 격한 춤사위에 노심초사한다. 주변에는 춤을 추다가 다치기에 좋은 물건이 많다. 좋게 말하면 딸에게 이 무대는 너무 좁다, 일까.

주로 그렇게 춤을 추는 시간은 핫도그가 데워지는 5~10분 정도인데 나에게는 이 시간이 너무도 길다. 핸드폰을 하면서 사장님의 눈치를 보면서 아이가 춤을 추다가 다칠 것을 예상하며 살펴야 하는 시간이다. 핸드폰을 하는 이유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 위한 것인데 사실 신경이 거기에 가 있지는 않는다. 가게에 폐가 안 되면서 아이가 즐거울 수 있는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를 가늠하다가 핫도그가 나온다. 다행히 사장님도 딸아이의 재롱에 호의적이시다. 자주 가서 익숙하신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웃으면서 얘기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님이 들어오면 나는 후다닥 애를 불러다 앉힌다. 역시 남이 보는 건 부끄럽다. 그런데 어쩜 따님은 저렇게 한 점의 부끄럼도 없이 춤을 출까? 그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제 댄스타임이 끝나면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핫도그를 즐긴다. 우리는 둘 다 치즈를 좋아해서 늘 모차렐라가 소시지 대신 들어간 핫도그를 먹는다. 하지만 가끔 딸은 추가로 감자가 붙어 있는 치즈 핫도그를 먹는다. 거기에 복숭아 아이스티 한 잔. 환상적인 조합니다. 우리가 먹는 메뉴는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이게 모자라다 싶으면 떡꼬치까지.

열심히 춤을 추던 딸과 그것을 보고 있던 나는 그제야 조용히 먹는 일에 집중한다. 보통은 내가 더 빨리 먹고 딸을 기다리며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입에 설탕은 가득 묻히고 야무지게 먹는 모습이 귀엽다. 커다란 핫도그를 한 개 다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란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제는 커서 엄마의 핫도그 친구도 해준다며 기특하게 바라본다. 오물오물하는데 빠진 이 두 개의 자리가 보인다. 너무 단 걸 먹어서 나오는 이가 썩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다가 그래도 귀여워서 웃는다. 내가 웃으면 딸은 말한다.

“왜? 내가 잘 먹어서 기분 좋아?”

“응. 잘 먹어서 좋아.”

자기 때문에 웃는 건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기가 막히는 말을 뱉는다. 우리는 마주 보고 까르르 웃는다.

아이스티까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밖은 벌써 어둑어둑하다. 나는 집까지 운전하는 길이 고민이지만 딸은 당 충전을 하고 흥이 오르는지 차까지 가면서 길거리 댄스를 또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다가 괜히 행복해진다.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르는 모습니다. 눈에 잘 담아 두어야 한다. 서로가 다른 성향의 사람이지만 우리는 환상의 치즈 핫도그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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