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써준 프롬프트 받아서 뭐 할래?
SNS를 보면 매일 이런 게시물이 올라온다.
"ChatGPT 200% 활용하는 프롬프트 10가지"
"이 프롬프트 하나로 업무 효율 3배"
"당신이 AI를 못 쓰는 이유, 프롬프트 때문입니다"
그리고 꼭 이런 계정들이 따라온다. "팔로우하고 좋아요 누르고 댓글" 달면 뭔가를 보내준다는 계정들. 저장 수 터지고, 댓글들이 도배가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그렇게 받아놓고 진짜 보고 있는가? 내 상황에 반영하고 있는가?
솔직히 그렇게 하는 사람은 5%도 안 될 거다. "나는 하고 있다"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내가 생각하는 상위 5% 안에 드는 사람이다.
나도 한때 저장해두고 따라해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내 결과물은 갈수록 이상해져갔다.
이유가 뭘까.
먼저 오해부터 짚고 가자. 프롬프트 기술이 효과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효과는 있다.
그런데 그건 최저선이다.
"전문가처럼 답해줘", "단계별로 설명해줘" 이 기술들은 실제로 AI 응답 품질을 높여준다. 문제는 그 기술을 수십만 명이 동시에 쓰고 있다는 거다. 모두가 같은 최저선을 갖게 되는 순간, 최저선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라는 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특별한 존재이고 싶어한다. 그런데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라고 포장한 결과물을 댓글, 좋아요로 받아서 그대로 쓰면 특별해지는 건가? 아니다 그냥 똑같아지는 거다.
SNS에 올라오는 소식들과 기술의 큰 흐름, 방향성은 결국 모두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보고, 모두가 공유하고, 모두가 저장한다. 그렇다면 타인이 보내주는 프롬프트는 하나의 인사이트여야 한다. 그대로 받아서 쓰는 순간, 그걸 받아서 쓰려는 수만 명과 차별점이 없어진다.
프롬프트를 시작점으로 삼되, 나에게 맞는 형태로 바꿔나가고 계속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게 최저선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당신의 두 번째 뇌는 당신이 배운 것, 경험한 것, 생각한 것을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AI를 잘쓰는건 규칙이나 법이 아니다. '나'라는 맥락을 축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AI에게 "이 기획서 피드백해줘"라고 하면, AI는 세상 모든 기획서를 기준으로 답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어떤 산업에 있는지, 내 회사의 의사결정 방식이 어떤지, 내가 이미 고려한 조건이 뭔지 — 이걸 모르면 결국 평균적인 답만 나온다.
"나는 B2B SaaS 마케터야"라는 한 줄로도 AI가 맥락을 어느 정도 추론한다. 맞다. 그런데 그건 AI가 추측하는 거다. 내가 그동안 실패한 캠페인, 우리 팀의 의사결정 패턴, 내가 반복적으로 막히는 지점 이걸 AI가 추측할 수 있을까? 사용자가 알려주지 않는 이상 모른다.
추측을 넘어서 아는 단계로 가려면, 이용자가 먼저 쌓아놔야 한다.
맥락이 중요하다는 건 맞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그 맥락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다.
내가 도달하려는 결과물이 있다면, 그 결과물로 가기 위한 구조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 클로드 코드와 12개의 스킬과 9개의 에이전트를 굴리면서 얻은 정보는 이거다. 구조가 잘 짜여지면 맥락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맥락을 쌓으려고 억지로 노력하는 게 아니라, 구조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맥락이 켜켜이 쌓이는 방식으로.
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생긴다. "구조도 결국 남이 만들어놓은 거 따라하는 거 아닌가?"
구조의 형태는 빌려올 수 있다. 이게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하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은 사용자가 바꿔야한다. 내가 실패한 기획, 내가 놓친 결정, 내가 반복하는 패턴 이건 어떤 템플릿에도 없다. 구조가 같아도 내용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맥락이 된다.
AI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것은 프롬프트가 아니라, 내 상황과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향해 설계된 구조다. 그 구조가 곧 맥락이 되고, 맥락이 곧 AI의 판단 기준이 된다.
나는 옵시디언에 메모를 쌓는다.
아이디어, 리서치, 일일 로그. 게시물 링크를 통한 팩트체크 자료들, 산업 보고서 까지 처음엔 단순히 기록이었다. 해외 AI 이용자 중에 몇몇 분들이 옵시디언 이야기를 하길래 바로 설치해서 이용중인데. 바로 노션에서 옵시디언으로 모든 데이터를 옮겨 담앗다. 그러면서 이 구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Claude에게 물을 때, 나는 단순히 "이거 설명해줘"가 아니라 관련 노트를 읽고 메모를 함께 붙여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답의 질이 달라졌다. AI가 나를 알고 답하기 시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신 토큰 소모가 조금 생겨난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법을 익힌 게 아니었다. AI에게 줄 나의 구조가 쌓인 것이었다.
옵시디언의 그래프 뷰를 처음 켰을 때는 점 몇 개가 전부였다.
2주가 지나자 수십 개의 노드가 연결됐다. 현재 2개월이 지나자 수백 개의 메모가 서로 링크로 묶여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시각화가 아니다. 이 그래프가 커질수록, AI는 나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원료가 쌓인다는 것.
어떤 주제를 깊이 파고들었는지, 어떤 개념들을 연결해서 생각하는지, 내가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질문이 뭔지 이 모든 게 그래프 안에 담겨 있다.
그래프 뷰는 이용자의 사고 지도다. 그리고 그 지도가 곧 AI에게 전달할 수 있는 나의 뇌다.
그래프가 커질수록, AI는 똑똑해지는 게 아니다.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거다.
"그럼 당장 써야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수백 개 노드가 필요한 게 아니다. 오늘 AI와 대화한 것 중에 잘 됐던 거 하나, 안 됐던 거 하나 적어두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게 구조의 씨앗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SNS에 올라오는 프롬프트 모음은 나쁘지 않다. 출발점으로는 쓸 만하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진짜 질문은 이거다: 내가 원하는 결과물로 가는 구조를 설계했는가.
그 답은 프롬프트 기술이 아니라, 내 상황과 목표에 맞게 정보를 구조화해두었는가에 달려 있다. 구조가 맥락을 만들고, 맥락이 AI를 나한테 맞는 도구로 만든다.
그게 프롬프트 잘 쓰는 법 10가지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