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작은 체스같이 운의 요소가 전혀 없는 게임이 아니라, 본인에게 어떤 패가 주어지냐에 따라 유불리가 결정되는 확률적인 게임이다. 어찌 보면 흔히 말하는 "운빨망겜"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어떤 의미로는 맞고, 어떤 의미로는 틀리다. 마작 한 판만을 두고 보면 운에 따른 요소가 굉장히 커 보일 수 있는데, 마작은 한 게임당 여러 판을 돌기 때문에 운에 따른 요소가 게임이 길어질수록 희석된다.
마작은 룰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처음에 굉장히 어려워 보일 수 있는데, 사실 굉장히 쉬운 게임이다. 자기 턴에 하는 일이라고는, 패를 하나 집어오고, 자기 손에서 패를 하나 버리는 것뿐이다. 가끔은 다른 사람이 버린 패를 주워오기도 하고. 그렇게 패를 하나 집어오고 버리는 것을 반복하면서, 같은 모양 세 개라든지, 순서를 맞춘 숫자 세 개 같은 역(役)이라고 불리는 패턴을 완성해 나가는 게임이다.
우리가 집어오는 패는 랜덤 하다. 마작이란 랜덤의 혼돈으로부터, 조금의 지혜를 사용해서, 우리 손 안에서 하나의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주어진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로부터 어떻게든 조합을 해서 최대한 의미 있는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찌 보면 인생과 맥을 같이하지 않나 싶다.
또 생각해 보면, 그렇게 운빨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한 판만을 우선 두고 보자. 우리에게 좋은 패가 주어질 때도, 나쁜 패가 주어질 때도 있다. 이에 대한 확률은 모두에게 동일할 것이다. 우리는 좋은 패가 주어졌을 땐 아무 말 없다가, 나쁜 패가 주어졌을 때는 불평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마치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은 당연시하고, 주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불평불만을 하는 것처럼.
여러 판으로 이루어진 한 게임을 보자. 인생은 랜덤이다. 불공평하다. 하지만 인생을 길게 보면 우리에게 유리하게 풀릴 때도 있고, 불리하게 풀릴 때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모두가 비슷비슷하지 않나 싶다. 정말로 인생을 잘 사는 사람은, 인생이 우리에게 유리하게든 불리하게든 무언가를 던졌을 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큰 차이를 내는 게 아닐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불평만 하다가 인생을 흘려보내버리는 듯하다. 체스 그랜드마스터 미하일 탈(Mikhail Tal)이 한 말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우리가 행운을 기다리다 보면, 삶은 너무 지루해진다고.
마작은 패와의 싸움만이 아니다. 마작은 네 명이 같이 하는 게임이다. 마작에서는 남이 버린 패를 주워올 수도 있고, 남이 내가 버린 패를 주워갈 수도 있다. 그런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이 마작을 재밌게 한다.
주어진 패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내게 주어진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다. 사실, 마작은 역을 완성하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게 묘미다. 손으로는 패를 집으면서 일상적인 대화가 오간다. 그렇게 웃고 떠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마작을 끝낸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누가 이겼는지 기억하냐고. 누가 이겼는지 계산하는 것 마저 귀찮다. 그저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만 남을 뿐.
오늘, 나에게 어떤 패가 주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주어진 패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이것저것 하다 보면, 결국에는 무언가 완성되어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