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당이다. 좋아는 하지만, 잘하지는 못 하는 게 참 많다. 배우는 것도 느리지만, 그래도 끈기는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딱히 잘하지 못해도 재밌어하고,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롤(리그 오브 레전드)을 늦게 시작했다. 게임을 잘하지는 않지만, 친구들의 대화 주제에 롤이 큰 부분을 차지해서, 대화에도 낄 겸, 친구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서, 맛보기를 해보려고 시작했다. 그런데 롤은 실력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이라 진입장벽이 높아서, 처음 입문한 사람에게는 쉽지 않다.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이미 실력자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암묵적인 루틴이 만들어진 이후기 때문에, 이 메타를 알지 못하면 따라가기 벅찰 수 있다.
5대 5로 상대 팀 진영을 정복하면 이기는 게임인데, 긴장감은 상대 팀보다는 자기 팀으로부터 더 느끼는 것 같다. 왜냐면 5명이 서로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하면 팀원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진다.
야유를 넘어서서 온갖 욕설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내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가 한 번은 실수한 적이 있는데, 온갖 욕을 먹었다. 그 플레이어는 또 자기는 억울한지, 자기를 욕하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맞욕을 시전 했고, 그러다가 싸움으로 번져서 상태 팀이 쳐들어오는 건 포기하고, 팀원들끼리 말싸움을 하다가 게임이 끝나버렸다.
사실 롤을 처음 시작해 보겠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말렸다. 패드립이 난무해서 아마 처음 시작하면 부모님 욕 엄청 먹일 거라고. 예상이 적중해서, 나는 부모님 수명을 늘려드렸다. 그런데 나는, 똑같이 욕을 하기보다는 나다운 돌파구를 한번 찾아봤다.
"내가 많이 미안해용ㅎㅎ 다음번에는 더 잘해볼게용" 하고 채팅을 쳤다.
그 이후에 조금 더 노력을 들여서 해봤지만, 실력은 말을 한다고 한 번에 느는 게 아니어서, 아마 이전과 비슷하게 잘 못 했을 거다. 그런데 팀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그래도 트롤까지는 아니네요ㅋㅋ"
나를 욕하던 플레이어는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와도 시비가 붙었었는데, 그 이후로 팀원들끼리 싸우지 않고 합심을 했다. 물론 그 판은 패배를 했지만.
그런데 놀랍게도, 팀원 중 한 명이 나를 친구추가해서 같이 게임을 하자고 했다. 그것도 나를 욕하던 팀원이! 그렇게 몇 판을 같이 했고, 대부분은 패배했지만, 한 번은 이겼다. 그것도 그 팀원은 MVP 랭크를 받고, 나는 A 랭크를 받고.
게임이 끝나고, 나는 그 팀원에게 수고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 친구가, 다음에 또 같이 하자고 답을 했다. 그것도 반말로 욕을 하던 친구가, 이제는 존댓말을 하며 같이 게임하자고 하는 사이가 된 거다.
느끼는 게 많았다. 옛날에 한 친구와 같이 게임을 했던 때가 기억이 난다. "같이"라고 말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을 수 있는데, 왜냐면 1인용 RPG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게임을 하면, 나는 그 옆에서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오히려 1인용 게임이니까,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친구가 무심코 한 말에 느끼는 게 많았다.
"너랑 같이 하니까 재밌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겜알못"이다. 게임을 잘 못한다. 그러기에 친구들은 세상이 공평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내 메타를 이렇게 잡아보고자 한다. 팀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따뜻한 중재자 같은 사람? 객관적으로 팀의 점수에는 마이너스가 될지라도, 내팽개치고 싶지만은 않은 사람? 게임은 잘 못 하지만, 같이 하고 싶어지는 사람.
삶에서도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