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유학
오늘은 내가 공부했었던 홍콩 대학교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홍콩은 별로 크지 않은 도시라, 대학교가 많지는 않다.
지금 위키피디아를 보니 8개가 있다고 한다. (인구 700만에 대학 8개면, 생각보다 많네...;;)
홍콩 내 MBA로는 홍콩 대학교(HKU)와 홍콩 과학기술대학교(HKUST, 이하 홍콩 과기대)가 유명하다. 두 학교 모두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명문 학교이고 (QS 글로벌 대학 랭킹에 따르면 홍콩 대학교 25위, 홍콩과기대 32위. 참고로 서울대학교가 37위, 고려대학교가 83위다), 취업하는 데 있어서 특정 학교가 더 유리하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
흔히들 홍콩 대학교를 서울대, 홍콩 과기대를 카이스트에 비유하고는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 갔다고 하면 다들 '우와' 하는 것처럼 홍콩에서는 홍콩 대학교가 약간 그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카이스트도 물론 대단한 학교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ㅎㅎ
무엇보다도 홍콩 대학교는 홍콩의 중심인 홍콩섬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에 홍콩 과기대는 구룡반도 내에서도 완전 외진 곳에 있어서 도시 생활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3여 년 동안 홍콩에서 생활하면서 한 번도 홍콩 과기대는 구경도 못 해본 이유이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홍콩 과기대는 뭔가 Finance 쪽에 특화되어 있을 것 같고, 홍콩 대학교는 나 같은 문돌이나 마케팅 쪽에도 기회가 더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홍콩 대학교 MBA 클래스는 정원이 50명 안팎인 반면, 홍콩 과기대는 100~120명 정도로 홍콩 대학교의 2 배수에 가까워 이왕이면 학생 수가 적은 것이 조금이나마 학교에서 좀 더 신경 써줄 것 같아서 결국 홍콩 대학교를 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학교에서 신경 써 주는 것은 딱히 없었다.)
여기에서 MBA 랭킹에 대해서 잠깐 짚고 넘어가 보자.
MBA라는 학문이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미국 학교들의 랭킹이 높고, 수업 퀄리티도 더 높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랭킹보다는 현지 취업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에 홍콩을 택했다.
물론 하버드나 스탠퍼드에서 불러줬으면 감사합니다 하고 갔겠지만, 그러지는 못했고, 어중간한 랭킹의 학교를 가는 것보다는 홍콩이 더 실리적이라고 생각했다. MBA 가기 전, 여러 가지 스터디를 해본 결과 미국 내에서도 자신이 취업하고자 하는 인더스트리가 활발한 도시의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소식을 접한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실제로 경험해보니 이게 맞는 것 같기는 하다. 아무리 온라인 면접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인터뷰를 보거나 정보를 얻는 측면에서 같은 도시 내 있는 회사에 지원하는 것이 훨씬 편할 것이고, 경력직 같은 경우 알음알음 소개를 통해서 채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 회사의 지인을 알아두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아무리 랭킹을 별로 신경 안 쓴다고는 하지만, 줄 세우기 좋아하는 우리 민족 특성상, 그래도 이왕이면 내가 다니는 학교가 조금이라도 높은 순위에 있는 것이 마음의 안정을 주기 때문에 학교 지원 전에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공부는 좀 했었다.
그런데 MBA 순위 같은 경우 조사 기관마다 기준도 다르고 순위의 편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나마 미국 학교들의 경우 역사가 오래되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 고착화된 순위가 있는데, 아시아나 유럽 학교의 경우는 정말 들쑥날쑥 하다. 그래서 해당 조사 기관에 광고를 많이 한 학교의 순위가 높게 나온다는 식으로 평가절하되는 학교들도 몇몇 있다.
미국 외의 학교들이 포함된 MBA 순위는 주로 Financial Times, Economist, QS 가 있다.
대략 현재 기준으로 이런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홍콩 대학교는 꾸준히 30~40위권을 유지하는 반면 홍콩 과기대는 기관에 따라 편차가 좀 있다.
어쨌든 나중에 취업할 때 보니, 학교 네임이나 랭킹은 다 쓸모없고, 다 자기 하기에 따라 달린 것이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이런 것들을 고민한 끝에 홍콩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나이 36에(2016년 기준) 다시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려다 보니 많이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설렘 80%에 떨림 20% 정도)
내가 클래스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았는데 나보다 한 살 많은 인도네시아 형이 한 명 있었고, 나 외에 두 명의 한국 친구들이 나와 동갑이었다. 그 외에는 주로 20대 후반이 많았고 10살씩 어린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어린 친구들과 같은 반 학생이라는 위치에서 생활하다 보니 뭔가 젊어지는 기분은 있었다. ㅎㅎ
앞서 말했듯이 홍콩 대학교는 땅값 비싼 홍콩섬 안에 있기 때문에 캠퍼스가 상당히 조그맣다. 그래서 미국이나 우리나라같이 큰 학교들처럼의 캠퍼스 낭만을 즐기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위의 오른쪽 사진처럼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강의실이나 건물들이 계단식 논처럼 층층이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상당히 많다. 그래도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위의 왼쪽 사진처럼 광경은 좋다.
그나마 2014년에 HKU 지하철 역이 생겨서 가기가 편해졌다고 하는데, 지하철역이 없었을 때는 학교에 어떻게 다녔을지 상상이 안 된다.
사실 MBA 수업은 주로 Cyberport에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메인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었던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시험 기간 때 도서관을 가거나 그룹 스터디를 하기 위해서 이 곳을 자주 찾았다. 비록 캠퍼스는 작더라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이렇게 도서관도 스터디룸과 함께 깔끔하게 잘 준비되어 있고, 운이 좋으면 왼쪽 사진처럼 마치 사장실 같은 공간에서 홍콩 도시를 내려다보며 공부할 수도 있다.
도서관이 꽉 차 있을 경우에는 왼쪽 사진처럼 야외 테이블에 커피 한 잔 사서, 하늘을 보면서 시험 준비를 하기도 했다.
홍콩 대학교 본교 캠퍼스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좋았던 것은, 학생증을 제시하면 스타벅스에서 30% 할인이 된다는 것이다.
캠퍼스 내에 이렇게 2개의 스타벅스가 있는데, 스타벅스는 어디에서도 할인을 해 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30% 할인을 받으면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스타벅스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내가 살던 기숙사에서도 가까웠기 때문에 굳이 공부할 일이 없더라도 틈틈이 커피나 브런치를 먹으러 가고는 했다. 이게 다 학생회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하다. 덕분에 커피는 부담 없이 맘껏 마실 수 있었다.
대부분의 MBA 수업이 있는 Cyberport는 본교 캠퍼스와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Cyberport는 홍콩섬에서도 완전 서쪽 끝에 있다. 그리고 홍콩 내에서도 부촌이기 때문에 주변에 좋은 집들이 많다. 대신 교통은 엄청 불편하다. 지하철 역이 따로 없어서, 케네디 타운 역에서 미니 버스를 타야 한다. 나는 기숙사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기숙사 친구들 서너 명이 함께 모여서 택시를 타면 한 사람당 15 HKD 정도면 이동할 수 있었다.
Cyberport는 이렇게 여유 있는 캘리포니아 같은 느낌이다. 바로 바다가 옆에 보이고 야자수 나무도 많다. 강의실도 매우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마치 IT 업체들이 모여 있는 사무실 같은 느낌도 난다. 실제로 주변에 몇몇 스타트업 회사나 사무실이 있기도 하다.
MBA 오피스도 여기에 위치하고 대부분의 수업과 행사는 여기에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본교에서 파릇파릇한 학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은 마음도 컸었는데, MBA 클래스만 이런 외딴섬에 보내 놓은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주변에는 술을 마신다거나 특별히 할 게 전혀 없었기 때문에, 보통은 수업이 끝나면 바로 센트럴 쪽으로 이동하여 나이트 라이프를 즐겨야 했다.
학교 졸업 후에 다시 한번쯤 가보고 싶기는 했는데, 위치가 너무 불편하여 결국 다시 가보지는 못 하여 아쉬움도 남는다. 그나마 수업 덕분에 이런 곳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평일 낮에는 이렇게 사이버포트에서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본교 도서관에서 생활하는 게 주요 일상이었다.
그리고 평일 저녁 수업도 가끔 있는데, 그때는 또 Admiralty에 있는 Towncenter라는 곳에서 수업을 했다. 저녁 수업은 파트타임 MBA 학생들도 회사 일 마치고 함께 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내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그냥 강의실만 두어 개 있는 공간이라 특별한 것은 따로 없다.
이렇게 2017년 4월, 콜럼비아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가기 전까지 약 9개월 동안은 Cyberport와 HKU, Admiralty + 기숙사, 이 네 곳이 대부분의 MBA 학생들의 생활 장소였다.
아직도 학생증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언제쯤 다시 한번 전 세계 최저가의 스타벅스 커피와 크로크 무슈를 먹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