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의 서막
여행 중에 쓰고 있습니다. 두서도 없고 인터넷이 느려 사진도 없지만, 일단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소한 감상을 위주로 하고, 여행 정보는 간략하게라도 나중에 따로 정리해볼까 하네요.
2013년에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12월에는 어김없이 힘세고 강한 감기를 앓았었다. 그런데 올 겨울은 감기 없이 무사히 지나가 프로폴리스를 열심히 복용한 덕이라 뿌듯해 했는데, 12월 말에 귀신같이 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결국 새해가 되고부터 술 한 잔 못 마시는 상태로
이틀에 한 번 꼴로 치과에 드나들면서
집주인님이 집으로 들어오신다 하여 한정된 재화로 이사갈 집을 구하러 부동산을 떠돌고
그 와중에 일하고 연애하고 미얀마도 검색해 보고. 손오공이라도 몸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더 이상 새로 받을 수도 없이 꽉 찬 퀘스트 창을 하나씩 정리해 가는 기분으로, 어제서야 극적으로 집 계약을 마치고, 환전하고, 짐 싸고, 오늘 아침 일찍 출근해 연말 정산 서류 준비해 두고, 일까지 마치고 빠듯하게 공항으로 달려가야 했다. 하루라도 더 있다 오자 싶어 무리하게 일정을 잡았으니 자업자득이다.
당일까지 정신없이 이 일 저 일 끝내고 공항에 오니 여행가는 기분도 들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다행히 비행기가 한 시간 연장되어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면 만들어놓고 한 번도 써먹지 못한 외환은행 크로스마일 카드 혜택을 누려야지.
4층 중식당 칸지고고에서 공짜 점심으로 시작했다. 뭘 먹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가장 비싼 유산슬밥을 시키게 되더라. 사람의 마음이란. 공짜로 먹으니 맛은 좋네.
면세점에서 볼 일들을 마친 뒤 또 혜택을 누려보겠다고 스카이허브 라운지에 가서 파스타에 오믈렛에 샐러드에 빵까지 굳이굳이 퍼다 먹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그러느라 탑승 시간에 임박해 또 허둥지둥 달려가야 했다. 탐욕의 결과인가.
한 시간 반짜리 비행이지만, 그래도 국제선이고 시간도 저녁 먹을 때이니 기내식을 주리라 기대했는데 샌드위치 두 쪽이 나온다. 굳이 라운지에 가서 탐욕을 부린 보람이 있군. 그런데 정말이지 정직하게 오이만 들어 있는 것 하나와 햄만 들어있는 것 하나. 케찹이나 마요네즈라도 뿌려줄 일이지. 아까 양껏 위장에 밀어넣고 왔으니 이런 것은 안 먹어도 될 법한데 그걸 또 아귀처럼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6시간 동안 무려 세 번의 식사가 아닌가.
칭다오에 왔으니 시내에 나가 칭다오 생맥이라도 한 잔 하면 좋을텐데, 중국 돈은 별로 바꿔오지도 않았고 그럴 힘도 없어 찾아놨던 공항 근처 찜질방에 바로 들어갔다.
간판부터 메뉴, 안내까지 모두 한국어가 병기되어 있어 이용은 수월.직원들도 친절하기 그지없다. 내가 어디 발만 떼면 부득부득 달려와서 뭘 도와줄까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씻고 나오니 수건을 덮어주기까지 하니 황송. 한 5명이 마사지 안 받냐고 물어보는데, 안 받겠다고 하는 내가 미안스럽고 부담스러울 지경.
그렇게 뭘 먹어놓고 또 출출해 가장 싼 메뉴인 육국수를 시켜먹고, 기어이 칭다오 병맥주라도 시켜 먹었다. 육국수는 밀가루 맛으로 가득해 참 맛이 없었고, 칭다오 병맥은 한국에서 먹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뭘 기대한건지.
그래도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가이드북과 미얀마 카페를 뒤져가며 고민을 거듭하다가 모레 바로 바간으로 넘어가기로 결정하고, 바간 숙소까지 예약. 100위안 쓰고 하루 알차게 보냈다.
100위안 정도를 더 내면 침대가 있는 독방에서 잘 수도 있는데, 난 200위안밖에 가져오지 않았으므로. 하지만 공짜로 잠잘 수 있는 소파도 거의 180도로 젖혀지고 아주 푹신해 담요 덮고 드러누우니 아주 잠이 솔솔 온다.
내일부터가 정말 여행 시작이다. 숙면하자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