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row Jan 19. 2016

[미얀마 여행] DAY 02. 칭다오->쿤밍->만달레이

160116.

여행 중에 쓰고 있습니다. 두서도 없고 인터넷이 느려 사진도 없지만, 일단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소한 감상과 개인적인 생각을 위주로 하고, 여행 정보는 간략하게라도 나중에 따로 정리해볼까 싶어요.





푹신한 소파에서 아주 잘 자다가 깼는데 시간을 보니 새벽 두 시쯤이다. 잠이 옅어 항상 귀마개를 하고 자는데 왼쪽 것이 빠져 중국 아저씨들의 코고는 소리에 깼나 보다. 첫날부터 이게 없어지면 큰일인데. 귀마개 여분을 챙긴 것도 같고 안 챙긴 것도 같아 비몽사몽 간에도 필사적으로 소파 아래와 주변을 뒤졌으나 나오지 않는다. 대신 떨어진 물병을 두 병 발견했는데, 어떤 것이 내가 마시던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냥 많이 남은 것을 내 것으로 여기기로 하고 다시 잤다.


4시에 또 깨고, 4시 50분쯤 또 개니 이제 잘못 잠들었다간 늦게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싶어 조기 기상. 부담스러울만치 친절하던 직원들도 여기저기에서 불편하게 눈을 붙이고 있다. 깨웠다가는 또 무슨 일이냐며 달려올까봐 조용히 찜질방에 잠시 누웠다가 목욕탕에 씻으러 들어갔다.


아직 청소는 안 한 것인지 탕에는 뭔가가 떠 있어 들어가지 않았지만, 샤워하는 곳은 감동이다. 샴푸, 린스, 바디클렌저에 심지어 폼클렌징, 쉐이빙폼, 칫솔, 치약, 면도기까지 완벽 구비되어 있다. 내 것을 가지고 들어올 필요가 없었군.


어제 저녁에도 칭다오는 그리 쌀쌀하지 않길래 히트텍은 가방에 넣어버리고 걸어서 10분 거리인 공항으로 출발. 뭔가 매캐하지만 그래도 이른시간에 영차영차 움직이니 기분은 좋다. 출발 1시간 반 전쯤 도착한 것인데, 사람들이 버글거러 마음의 여유가 싹 사라졌다. 맥모닝이라도 씹고 타면 좋으련만. 하긴 돈도 없지.


국내선에서 쿤밍가는 표를 발권했다. 거기서 짐을 찾은 뒤 만달레이 가는 표를 다시 끊어야 한다고 한다. 하도 불안해 미리 찾아봤던 후기와 일치. 불편하지만 알고 닥치니 마음은 편하다.


서울-칭다오, 쿤밍-만달레이보다 더 긴 3시간 반의 칭다오-쿤밍 비행. 자리에 앉으니 또 몸이 노곤해지지만 만달레이 도착 전까지 가장 길게 여유가 남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만달레이에서 할 일, 바간에서 둘러볼 사원들을 골라내고 나니 기내식이 등장. 중국 맛이 나는 그저그런 국수였지만 중국 돈이 부족해 쿤밍에서도 굶을 판이니 감사히 섭취.


여행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나의 시간을 좀 가지고 싶은데, 뒤에서 중국 꼬맹이 3-4명이 계속 소란하다. 내 좌석을 차고 붙들고 저희들끼리 신나게 떠들고 통로를 뛰어다니고. 내 옆자리의 중국인 아저시가 두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엄중한 경고를 하는 것 같은데. 아이들은 원래 저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인가 보다.


저 본성대로 자유롭게 두는 것이 좋을까

본성을 눌러 질서를 지키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내 성질 같아서는 당연히 후자. 효율성으로 따져도 후자. 작년에 부서가 바뀌고부터는 이런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지는 것 같아 무섭다. 내 성질머리에는 딱 들어맞지만, 질서를 내면화시키는 것이 정말 교육적인 것인가 싶을 때도 많다. 애들이 이해되고 내가 유연해지면 점점 전자로 바뀔 수 있을까. 아직 나는 한참 멀었다.


쿤밍 공항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체감으로는 칭다오보다 큰 것 같은데. 바깥 햇살이 따뜻해 보이는데, 난 바로 환승할 것이므로. 죽자사자 Tranfers to INT 표지판만 따라 걸어가니 짐 찾는 곳이 나온다. 곧 내 배낭이 보이는데, 이런 레인커버가 또 벗겨졌다. 칭다오에서는 벗겨진 레인커버가 잠시 뒤에 뒤따라 나오길래 이번에도 기다려 보기로. 도착시간도 좀 늦어지고 공항이 넓기도 오지게 넓어서 다음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짐을 찾아 거의 다 떠날 때까지 지키고 있을 때에도 내 커버는 나오지 않고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가니 초조하기 짝이 없다. 기다릴 때까지 기다려보고 결국 돌아선다. 불교의 나라에 가니 집착을 버리라는 교훈을 내게 주는구나.


WAY OUT 으로 나가지 않고 transfer 표시를 따라가니 바로 표를 발권받고 짐을 부칠 수 있었다. 상냥한 직원 누님의 안내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세상에 출국심사 받는 사람들이 버글버글. 제일 짧아보이는 줄에 섰다가 뒤늦게 중국인들 줄 서는 곳임을 깨닫고 외국인 줄에 섰다가 사람들이 뭘 쓰길래 나도 얼른 가서 카드를 작성하고 줄을 섰다. 인도 가는 비행기가 있는지 인도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약 40분 전. 한참 기다려 드디어 내 차례가 됐는데 심사하는 이모님이 카드를 다시 써 오란다. 그제서야 내가 Arrival 카드를 썼음을 깨달았다. 맙소사. 뒤로 돌아가 Departure 카드를 쓰고 다시 줄을 서야 했다. 짐 검사까지 받고 나니 출발 15분 전. 쿤밍에서는 여유롭게 일기를 쓰고 책을 보려 했는 계획은 산산조각이 났다. 집착의 대가가 이렇게 큰 것인가.



넓기도 넓은 쿤밍공항을 뛰어 무사히 탑승 완료.

만달레이 가는 비행기는 새 것 냄새가 난다. 사랆도 많지 않아 옆에 아무도 없는 창가 자리로 옮겨 앉아 바깥을 내려다 보며 안정을 되찾았다. 여기가 삼국지에 나오는 남만인까? 맹획, 축융, 망아장, 대래동주같은 이름들이 떠오른다. 과연 산도 물도 많아 험준하군. 언제 중국을 여행하게 된다면 쓰촨성, 운남성 일대를 돌아봐야겠다.

바깥 풍경이 미묘하게 달라져 있다. 산이 많은 것은 똑같은데 황금색 하얀색 점 같은 것들이 보인다. 아마 사원들이겠지. 어느 새 미얀마에 들어왔나보다.



이틀 새에 비행기를 세 번이나 탔더니 입국 심사 쯤이야 가볍게 클리어. 드디어 왔구나. 미얀마에. 이제 픽업 차를 타고 아무 걱정 없이 숙소에 들어가려는데, 팻말을 들고 서 있는 무수한 사람들 속에서 내 이름을 들었거나 숙소 이름을 들고 있는 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아저씨들과 눈을 마주쳐가며 세 번이나 확인을 해봐도 팻말엔 한자이거나 양인들의 이름 뿐. 허허 이를 어쩌지.


일단 공항에서 달러를 짯으로 환전하고 자리에 앉아 걱정을 시작해 본다. 택시 요금 눈탱이 맞으면 어쩌나, 기사님이 숙소를 모르면 어쩌나 오만 생각을 하다가. 어쩌겠나. 어떻게든 나갈 수 있겠지 싶어 공항 안의 호객꾼을 피해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 쪽으로 가보려는데 한 명이 다가와 호객을 한다. 공항 안보다는 바깥이 낫겠지라는 근거 없는 생각으로 얼마인지 물어보니 이것은 쉐어택시라고. 일인 당 4000짯이라고! 숙소 픽업이 15달러였는데. 가이드북에도 공항에서 만달레이까지 15000짯이라고 했는데! 잘못 들었나 싶어 재차 확인하니 원 펄슨 포 따우전 짯이란다. 이게 웬열. 세상사 새옹지마라더니. 이렇게 쉽게 해결될 일을. 출발이 기분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공항에서 숙소 가는 길. 미얀마 여행을 시작하는 첫 곡으로 summer를 골랐다. 기쿠지로의 여름 OST. 변형된 버전으로. 오리지널은 평화롭긴한데 외로워질 것 같아서. 슬쩍 까부는 느낌이 있지만 바깥 풍경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1분쯤 되어 웃음이 지어진다. 잘 골랐다.


올해 30이 되었다. 시간을 조절하는 자! 빠른 년생의 권능으로 친구들이 서른이 되었을 때에 난 널 형으로 불러도 좋다며 아등바등 29살아라고 벅벅 우겼는데 이제 20대가 될 방법은 인터내셔널 에이지라고 우기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너무 구차하다. 내가 외국 사람이었으면 아직 20대일텐데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러고보니 또 여기선 서른이고 밖에선 29살이고 이렇게 멋대로 변하는 나이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은 생각도 잠시 든다.

서른 살. 스물이 될때만큼이나 막연하게 맞이한 나이다. 난 십대에 학교 집 학원 말고 한게 없다며 억울해 해 놓고 이십대도 그냥저냥 그렇게 흘려보내 버렸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야 사람일진데. 알면서도 자꾸 반복하는 것이 사람일자도 모르겠다. 어쩌면 서른은 여름일지도 모른다. 천방지축 할 수 있는 좋은 봄날은 가고 정신을 차려보니 해가 따가운. 그럼에도, 계속 걸어가지 않으면 알 될 시기가 삼십대일까. 작년 내내 곧 서른을 외치며 난리를 피운 것에 비하면 덤덤히 서른 첫 날을 맞았었는데 갑자기 문득 울적함이 밀려온다. 아무것도 해둔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아 안되겠다. 음악을 바꿔야지. 흥을 빡 끌어올릴 노래를 찾아보다 몇 개 안 넣어온 우리나라 노래 중 아이유가 눈에 들어온다. 너의 의미 정도면 지금 감정을 적당히 유지하면서도 이유와 김창완 아저씨가 우울함에 빠지지 않게 조절해 줄 것이다. 과연, 기분이 다시 풀린다.


아고다에서 최저가로 검색한 Ace star 호스텔은 직원들도 아주 친절하고 방도 깨끗한 것이 인상이 아주 좋다. 바로 내일 바간 갈 표까지 예매하니 홀가분. 짐을 풀자마자 일단 유심칩부터 사러 갔다. 카페 어디선가 MPT가 여기저기서 잘 터진다길래 1500짯에 유심 사고 10000짯어치 충전. 1.5기가 정도 된다고 하니 충분히 쓰고도 남겠다. 옛날에는 스마트폰 없이도 잘만 다녔었는데. 나중에 한 번은  스마트폰 없는 아날로그 여행에 도전해봐야겠다. 응답하라 2010쯤 되려나. 세상에, 그러고 보니 세상에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가 10년도 되지 않았다니.


유심칩 사고 돌아오니 네 시가 넘은 시각. 만달레이 힐 걸어올라가는 데에 40분쯤 걸린다고 했으니 일몰 시간을 생각하면 뭔가 마음이 조급하다. 카운터에 바이크 드라이버를 부탁해 바로 만달레이 힐 출발. 이가 하나 빠진 드라이버 아저씨는 미얀마 담배를 씹으시는지 입 속이 뻘갰는데, 다른 곳에서와는 다르게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다. 도착 두 시간만에 느낀 점. 미얀마 사람들은 참 잘 웃어줘서 좋다.  


헬맷을 쓰고 오토바이 뒤에 앉아 거리를 질주하는 것도 나름 분위기가 좋다. 만달레이 왕궁을 지나가다가 아저씨가 흰 탑들이 늘어서 있는 사원에 멈춰 들렀다 가겠냐고 한다. 마침 가고 싶다고 표시해 뒀단 곳. 꾸토도 파야인듯 하다. 해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을 것 같아 들어갔다 오겠다 했다.


미얀마의 첫 사원. 맨발로 바닥을 걷는 기분이 묘하다. 부처 앞에서는 겸허해야 한다는 의미일까?발은 더러워지겠만, 이제야 비로소 미얀마에 왔다는 것이 말그대로 발끝에서 전해진다.


만달레이 힐은 걸어올라가고 싶었는데 드라이버 아저씨가 오르막을 마구 올라간다. 남산 올라가는 것 같은 오르막과 커브를 오토바이 뒤에서 타고 올라가다니. 급경사에선 급가속. 그래도 바람을 가르며 가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만달레이 힐에서 보이는 풍경은 기대보다는 덜하다. 핫한 관광지라 그런지 사람들이 버글버글. 도떼기 시장이다.  사원 안의 불상 옆에 아주 전광판 같은 후광을 붙여놔서 기겁했다. 


피곤해서 그런건지, 시간에 쫓겨 촉박한 마음으로 와서 그런건지. 옅은 구름같은 것이 깔려 있어 전망도 노을도 기대했던 만큼의 감흥이 일지 않는다. 그래도 미얀마에서의 첫 공식 일정을 이렇게 김빠지게 보낼 수는 없지. 소란스런 테라스에서 차라리 뒤로 물러나 기둥에 기대 앉았다. 햇볕을 받아 기분 좋게 따뜻해진 바닥의 느낌이 좋고, 햇빛에 반짝거리는 기둥들도 예쁘다. 그제서야 향 냄새가 나고 인도 여자아이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고양이는 괴롭힘을 당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즐거워 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 아버지가 여자아이를 쓰다듬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인다. 앉아서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가 해가 떨어질 쯤 다시 일어나 전망을 보니 아까보다는 하늘이 더 붉어져 일몰 느낌이 난다. 헥헥대면서 걸어올라왔으면 이 풍경이  더 멋있어 보였을 것 같은데. 에이 그냥 미얀마에 힘들게 들어왔으니 여기는 편하게 오라는 부처님의 자비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남산 타워 가는 것처럼 꼬부랑거리는 경사길을 오토바이 뒤에 앉아 내려가도 되려나 싶었는데, 다른 길로 간다. 다행이야. 해가 떨어지고 나니 공기가 아까보다 훨씬 쌀쌀하다. 로비에 춥냐고 물어보고 긴 팔을 챙겨오지 않았으면 얼어죽을 뻔 더운 나라에 오고 싶었는데 이런 가을 날씨라니. 그래도 한겨울 고국보다는 낫겟지.


계획에 넣었었던 만달레이 왕궁 야경을, 드라이버 아저씨가 알아서 멈춰 주어 잠시 구경하고 숙소로 복귀. 비행기에서 감사합니다를 미얀마어로 뭐라고 했는지 찾아봤었는데 말을 못했다. 아직은 좀 수줍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잘 있어요 정도는 내일부터는 써먹어야지.


방에 들어가니 낮에 만났던 서양 청년 니코는 없고 홍콩 청년 패트릭과 그의 여자 일행 민트가 새롭게 등장해 인사를 했다. 혼자 여행와서 좋은 점은 내 성격보다 훨씬 더 뻔뻔하게 인사하고 말을 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한국말로 해도 낯을 가리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과 짧은 영어로 이야기하려니 더욱 대화가 빈곤하다. 여행을 나오면 늘 영어공부를 좀 해야겠다 다짐하지만, 다음 출국 전까지는 또 까먹고 살지. 다음부터는 떠나오기 한 달 전부터 프렌즈라도 다시 돌려봐야겠다.


패트릭과 민트는 나가고 나도 저녁을 먹고 동네 구경이나 할까 싶어 혼자 실실 여기저기를 기웃대며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귀마개를 파는지 물어보고 다녔는데, 어디서도 그런건 찾을 수 없을 뿐더러 아니 그런 괴상한 용도의 물건이 있단 말이야? 같은 표정을 하는 미얀마 사람들을 보아야 했다. 정녕 한 쪽 귀만 막고 앞으로 도미토리 생활을 해야한단 말인가. 방에 가면 가방을 다 헤집어서라도 찾아봐야겠다.


편의점에서 생수 두 병과 버스에서 먹을 주전부리로 빵, 과자를 좀 사서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인. 사실 길거리에서 파는 꼬치구이와 내장 같은 것을 사먹어보고 싶었는데, 신경치료를 하다가 만 내 앞니가 아직 불안하다. 사람들이 좀 있고, 메뉴 옆에 사진을 박아 둔 식당으로 일단 들어갔다. 그런데 사진을 봐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온종일 먹은 것이라곤 기내식 뿐이라 너무 배가 고파 일단 프라이드 누들을 주문했다. 그러니 비어를 먹을 것이냐고 물어보는데, 그러게 나도 먹고 싶어 죽겠는데 이가 아프면 어쩌나. 하지만 살얼음이 낀 맥주잔에 담긴 황금빛 고운 생맥주가 옆테이블에 내려앉자 일단 시키고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의사 선생님께 혼날 각오를 하고 여행 가서 술 마시면 안되겠죠라고 물어봤는데 선생님께서는 인자한 미소를 띄우시며 많이만 안 먹으면 괜찮을거라고 하셨다. 나는 전문가 선생님 말씀을 듣는 것이다.


볶음 국수는 살짝 짜고 느끼하지만 맥주와는 몹시 잘 어울렸고, 차가운 잔에 담긴 미얀마 비어는 목넘김이 아주 시원한 것이 세상에 이걸 안 시켰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 한참 먹고 있으니 기름기 있는 허연 국물을 갔다 준다. 고수 향이 나며 안에는 닭발과 야채가 들어있는 스프. 한 숟갈 떠 보니 이것은 보양국물의 느낌이라 나의 몸을 위해 또 호록호록 떠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이제 수박을 가져다 주네? 하지만 수박은 단 맛은 별로 없고 물 맛이 더 많이 났다. 그래도 맥주까지 2700짯 내고 먹는데 이 정도면 상당한 호사 아닌가.


한참 쏘다니다 10시쯤 들어오니 또 처음 보는 동양인 아주머니와 서양 여자가 있다. 조용히 각자 뭔가에 열중하고 있길래 인사도 못하고 살금살금 씻고 조심조심 지퍼를 열어 배낭을 다시 뒤지는데, 나왔다, 여분의 귀마개가. 새 것이라 짱짱하기 그지 없는 귀마개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아이고 푹신한 것이 참 안락하구나. 오늘은 잠이 솔솔 오겠다.







작가의 이전글 [미얀마 여행] DAY 01. 서울->칭다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