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화. 왜 사람들은 스타트업을 선택하는가

연봉이나 복지 안정성 말고 사람들이 끌리는 것이란

by Luke Chun

연봉·복지·안정성이 아닌, 사람들이 진짜로 끌리는 것

스타트업 이야기를 꺼내면 대화는 늘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 복지는 있는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이런 질문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커리어를 더 많은 보상과 더 나은 조건을 향해 이동하는 과정으로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만 놓고 보면 스타트업은 언제나 손해처럼 보입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이 계산식이 잘 맞지 않습니다. 조건만 따지면 분명 불리한 선택인데, 그 조건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조차 스타트업으로 향합니다. 여기에는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조건이 아니라,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사람들은 연봉이나 복지를 무시해서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들은 조건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이 조건을 감수하는 대신 무엇을 얻게 되는지를 묻습니다. 낮은 연봉 대신 더 많은 판단의 기회가 있는지, 불완전한 환경 대신 빠른 학습이 가능한지, 안정적인 구조 대신 스스로 선택할 여지가 있는지를 저울에 올려봅니다. 이 순간, 스타트업은 손해가 아니라 하나의 교환으로 해석되기 시작합니다.


이 선택을 이해하려면 ‘일을 대하는 감각’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역할이 명확한 대신, 내가 하는 일이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내 일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알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일이 정리되어 있지 않고 늘 부족하지만, 대신 내가 하는 선택의 맥락이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과 결과가 비교적 선명하게 연결되고, 내가 한 판단이 팀과 제품의 방향을 바꾸는 장면을 직접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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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성과보다 먼저 ‘이해하고 있다’는 감각을 얻게 됩니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지금 무엇이 문제인지, 다음에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 감각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는 오래 몰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안정감은 보장이 아니라 통제에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서 느끼는 안정감은 의외의 지점에서 비롯됩니다. 겉으로 보면 스타트업은 늘 흔들리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 흔들림의 이유가 비교적 분명합니다. 결정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겨도 완전히 무력해지지 않습니다. 적어도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통제감은 때로는 높은 연봉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안정감을 만들어줍니다. 스타트업에서의 보상은 대부분 지연되어 있고, 지금 당장 확실한 미래를 약속해주지도 않습니다. 대신 짧은 시간 안에 반복되는 의사결정과 실패, 수정의 과정이 빠르게 쌓입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판단의 기준과 사고의 속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한 차이를 만듭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경험한 사람들 중 일부는 다시 느린 환경으로 돌아가기 어려워합니다. 더 많은 보상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고의 속도와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한 번 높은 관여도와 빠른 학습에 익숙해지면, 다시 정해진 역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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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안정적인 구조가 더 잘 맞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불완전하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잘 맞습니다. 스타트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연봉과 복지를 몰라서 그 길을 택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보장보다 학습을, 조건보다 맥락을, 안정감보다 통제감을 더 중요하게 여겼을 뿐입니다.


이 선택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교환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왜 스타트업의 매력을 성과가 아니라 ‘속도’로 설명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속도가 커리어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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