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화. 왜 사람들은 스타트업을 선택하는가

“불안정한데 왜 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오해

by Luke Chun

“불안정한데 왜 가요?” 그 질문이 정말 궁금해서 나온 말일까요? 스타트업에 간다고 하면, 거의 빠지지 않고 따라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말은 늘 비슷한 표정으로 던져집니다. 걱정인 듯 보이고, 조언인 듯 들리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묘하게 방향이 정해져 있습니다. 마치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나는 그 정답에서 벗어난 선택을 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이 질문을 받는 순간, 우리는 설명을 준비하게 됩니다. 왜 괜찮은 선택인지, 왜 생각 없이 결정한 게 아닌지, 왜 위험을 감수할 만한지. 하지만 저는 늘 이 질문 앞에서 한 가지 생각이 듭니다. 이 질문은 정말 ‘궁금해서’ 나온 걸까요?




이 질문이 성립하려면 전제가 하나 필요합니다

“불안정한데 왜 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리려면, 그 반대편에 놓인 선택지는 이미 안전하다고 합의되어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은 안정적이고, 그 안에 있으면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되며, 적어도 스타트업보다는 훨씬 덜 흔들릴 거라는 믿음 말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믿음 속에서 커리어를 상상해왔습니다. 회사 이름이 곧 신뢰가 되고, 조직의 크기가 안전망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틀 밖으로 나오는 선택은, 자연스럽게 ‘모험’이 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umm.jpg

대기업의 ‘안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현실에 가까이 가보면, 대기업 역시 결코 흔들리지 않는 공간은 아닙니다. 사업 방향은 수시로 바뀌고, 조직은 계속해서 재편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팀이 사라지고, 역할이 바뀌며, 쌓아온 경험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이 과정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습니다. 결정은 늘 위에서 내려오고, 우리는 그 결정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겉으로 보면 안정적이지만, 사실 그 안정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결정에 나를 맡긴 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이 상태를 안전하다고 느낄까요?


우리가 느끼는 안정의 정체

대기업이 주는 안정감은, 불확실성이 사라져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불확실성이 개인에게서 조직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생기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개인은 판단하지 않아도 되고, 선택의 결과를 전면에서 책임질 필요도 줄어듭니다. 대신 시스템이 판단하고, 조직이 책임을 나눕니다. 단기적으로는 편합니다. 하지만 이 구조에 오래 머물수록, 다른 종류의 불안이 조금씩 쌓입니다. ‘내가 잘해서 유지되는 자리’가 아니라, ‘어딘가에 속해 있어서 유지되는 자리’에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안정이 깨지는 순간, 나는 얼마나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을까요?

gege.jpeg


스타트업의 불안정은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집니다

스타트업은 분명 불안정합니다. 그 사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불안정은 완전히 통제 불가능한 위험과는 다릅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게 개인의 판단과 연결됩니다. 내가 내린 선택이 그대로 경험으로 남고, 그 경험이 다음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여기에서는 실패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신 축적됩니다. 그리고 이 축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넓혀줍니다. 그래서 이 지점에서 질문이 바뀌어야 합니다.


정말 더 위험한 선택은 무엇일까요

불확실한 환경에서 빠르게 배우며 판단력을 쌓아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안정적인 구조 안에서 판단할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것일까요. 스타트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안정을 싫어해서 그 길을 택한 게 아닙니다. 다만 안정의 기준을 다르게 두었을 뿐입니다. 조직이 대신 보장해주는 안정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안정 말입니다.


starttpp.jpg




그래서 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불안정한데 왜 가요?”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선택을 했어요?”이 질문에는 비난이 없습니다.

대신 호기심이 있고, 존중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서야 비로소, 스타트업이라는 선택이
무모함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연봉도, 복지도, 안정성도 아닌 사람들이 스타트업에서 진짜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글을 읽고도 스타트업이 여전히 매력 없어 보인다면, 그 역시 아주 정상적인 반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왜 논리적으로 맞는 결정은 자주 실패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