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감각적 접근법’
지난 글에서 왜 감각적인 사고가 중요한지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사람과 감각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실제로 무엇이 다른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자주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은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자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학교 교육부터 기업 교육, 컨설팅 방식에 이르기까지 논리적 사고는 오랫동안 ‘일을 잘하는 방식’의 표준처럼 자리 잡아 왔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비교해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은 지금도 여전히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기 시작합니다. 논리적으로는 완벽한데, 결과는 어딘가 어긋난다는 느낌입니다. 설명은 충분한데 실행이 잘되지 않거나, 계획은 맞았는데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자료도 있고, 반박할 근거도 없는데 이상하게 성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혹시 논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접근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닐까? 이 질문이 바로 논리적 접근과 감각적 접근의 차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논리적 접근의 가장 큰 특징은 출발 조건에 있습니다. 논리는 언제나 문제가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다는 가정 위에서 작동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비교적 명확하고, 목표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며, 변수들이 언어와 숫자로 정리될 수 있을 때 논리적 사고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해집니다. 문제를 세분화하고, 원인을 나누고, 우선순위를 정한 뒤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를 찾아냅니다. 이 과정은 설명하기 쉽고, 문서로 남기기 좋으며,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에도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 접근에는 종종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정말로 문제는 이미 잘 정의되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현실의 많은 일은 이 전제를 충족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여러 개 뒤섞여 있거나, 겉으로 드러난 현상과 실제 원인이 다르거나, 심지어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논리는 빠르게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정작 핵심을 비켜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 감각적 접근은 논리와는 정반대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감각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이게 정말 문제인가라는 질문부터 던집니다. 당장 해결책을 찾기보다, 상황을 오래 바라봅니다. 숫자보다 분위기를 보고, 말보다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결과보다 과정 속에서 반복되는 신호를 살핍니다.
예를 들어 성과가 떨어진 조직을 바라볼 때, 논리적 접근은 KPI나 프로세스, 역할 분담을 먼저 점검합니다. 반면 감각적 접근은 전혀 다른 장면에 주목합니다. 회의에서 사람들이 말을 아끼고 있는지, 책임이 특정 개인에게 과도하게 쏠려 있는지,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가는지 아니면 조심스럽게 숨겨지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요소들은 표로 만들기도 어렵고 숫자로 표현하기도 힘들지만, 실제로 조직의 상태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감각적 접근은 바로 이런 정량화 이전의 영역을 다룹니다.
논리적 접근과 감각적 접근의 관계를 조금 다르게 표현해보면 이렇습니다. 논리는 속도를 높여주고, 감각은 방향을 바로잡아 줍니다. 문제가 명확히 정의된 이후에는 논리가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문제 자체가 잘못 정의된 상태에서 아무리 논리적으로 움직여도 목적지에는 도달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감각만 있고 논리가 없으면 판단은 직관에 머물고 실행은 불안정해집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논리와 감각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순서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먼저 감각으로 상황을 읽고, 그다음 논리로 정리합니다. 방향을 먼저 잡고 나서 속도를 올립니다. 그렇다면 왜 요즘 들어 감각적 접근이 더 중요해졌을까요. 이는 개인의 성향 변화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다루는 일의 성격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목표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변하며, 이해관계자는 점점 늘어나고, 하나의 정답보다는 덜 나쁜 선택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문제 정의 자체가 가장 어려운 작업이 됩니다. 그리고 이 작업은 매뉴얼이나 프레임워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경험과 맥락, 반복된 관찰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각이 작동합니다.
감각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대신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모든 것을 다 분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디에 에너지를 써야 할지를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다행히 감각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사고 습관에 가깝습니다. 충분히 훈련할 수 있습니다. 감각을 기르고 싶다면, 문제를 만나자마자 해결하려 들기보다 상황을 길게 설명해보는 연습부터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원인과 관계, 감정의 흐름, 시간의 맥락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문제를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첫 느낌을 무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감각의 출발점입니다. 그 느낌을 기록해두고, 나중에 실제 결과와 비교해보면 감각은 점점 더 정교해집니다. 맞고 틀림보다 중요한 것은 그 느낌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연결해보는 과정입니다. 숫자 없이 상황을 말로 설명해보는 것도 좋은 훈련입니다. 숫자 없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면, 아직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감각은 언제나 숫자 이전에 작동합니다. 또한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나타난다면,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감각은 단발성 사건보다 패턴을 통해 본질을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감각은 반드시 언어로 만들어야 합니다. “느낌상 그렇다”에서 멈추지 말고, 문장으로 표현해보는 것입니다. 언어화된 감각은 검증 가능해지고, 다른 사람과 공유될 수 있습니다. 감각적 접근은 논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논리가 가장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출발점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논리는 방법이고, 감각은 방향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많은 문제는 논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방향에서 너무 열심히 논리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제는 묻는 방식부터 조금 달라져야 합니다. “어떻게 풀까?” 이전에 “이게 정말 풀어야 할 문제인가?”라고 그 질문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감각적 접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