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와 전략 이전에 작동하는 인간의 판단 능력에 대하여
오랫동안 “일을 잘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하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으로 정의되어 왔습니다. 문제를 분해하고, 변수를 통제하고, 최적해를 도출하는 방식은 교육과 조직 전반에서 모범적인 사고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분명 강력했고,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조직과 개인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한계가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맞는데, 결과는 잘 안 나온다는 감각입니다.
이 괴리는 단순한 실행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다루는 문제의 성격 자체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불분명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며, 환경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는 논리적 사고가 출발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각적 사고’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감각적 사고란 직관이나 감정에 의존하는 비이성적 판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술적으로 볼 때, 감각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 패턴 인식 능력, 상황의 구조를 빠르게 파악하는 전(前)인지적 판단, 그리고 분석이 시작되기 전 문제의 형태를 잡아주는 인지적 메커니즘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는 감각적 사고가 왜 중요한지를 세 가지 핵심 포인트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고전적인 문제해결 이론에서 논리는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결하는가에 초점을 둡니다. 그러나 실제 업무 환경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해결이 아니라 정의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까지가 문제인지,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맞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 훨씬 많습니다.
인지과학과 조직이론 연구에서는 이를 ‘문제 프레이밍(problem framing)’의 영역으로 설명합니다. 문제 프레이밍은 객관적 사실을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상황을 해석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수식이나 알고리즘으로 자동화되기 어렵고, 오히려 경험과 맥락 이해에 크게 의존합니다.
감각적 사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작동합니다. 수많은 정보 중 무엇이 핵심인지, 어떤 신호가 중요하고 어떤 것은 노이즈인지, 지금의 불편함이 구조적 문제인지 일시적 현상인지를 가늠하는 능력입니다. 감각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문제를 지나치게 크게 잡거나, 반대로 너무 좁게 정의해 본질을 놓치기 쉽습니다.
즉, 감각은 문제해결의 대안이 아니라, 문제해결이 가능하도록 문제를 ‘형태 있게 만드는 전제 조건’입니다. 논리는 정의된 문제 위에서만 힘을 발휘합니다.
의사결정 이론에서는 불확실성이 낮고 정보가 충분할수록 분석적 접근이 효과적이며, 반대로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경험 기반 판단의 비중이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감각이 논리보다 열등해서가 아니라, 처리해야 할 정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모든 변수를 나열할 수도, 확률을 정확히 계산할 수도 없습니다. 이때 감각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지금 당장 탐색할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으로 작동합니다. 어디에 시간을 써야 하는지, 무엇을 더 알아봐야 하는지, 혹은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판단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각은 분석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각은 분석의 범위를 좁혀줍니다. 모든 가능성을 계산하는 대신, 의미 있어 보이는 몇 가지 경로만을 남깁니다. 결과적으로 감각이 개입된 의사결정은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제한된 자원 아래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각적 사고가 종종 오해받는 이유는, 그것이 설명되기 어렵고 개인적인 능력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구와 실제 조직 관찰을 종합해보면, 감각은 타고나는 재능이라기보다 경험의 압축에 가깝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반복해서 겪고, 그 결과를 피드백으로 받아들이며,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비교하는 과정 속에서 감각은 정제됩니다. 더 나아가 조직 안에서는 이 감각이 언어로 공유되기도 합니다. “이건 아직 시기상조다”, “이 이슈는 결국 다시 나온다”, “지금 건드리면 더 복잡해진다”와 같은 말들은 모두 감각이 언어화된 결과입니다.
이러한 공유가 누적되면, 감각은 개인의 촉을 넘어 조직의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의사결정 속도는 빨라지고, 불필요한 분석 비용은 줄어들며, 전략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정렬됩니다. 즉, 감각은 훈련 가능하며, 관리 가능한 역량입니다.
감각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논리나 전략을 부정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오늘날 논리와 전략이 자주 공허해지는 이유는, 그것들이 작동할 토대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감각은 논리 이전에 세계를 정리합니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아직 이르며, 어디에 에너지를 써야 하는지를 가늠하게 합니다. 그 위에 놓인 논리는 훨씬 단단해집니다.
결국 일을 잘한다는 것은 더 똑똑하게 계산하는 능력이 아니라, 계산할 가치가 있는 방향을 먼저 잡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잡는 첫 번째 도구가 바로 감각적 사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