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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Dec 02. 2019

살인에 절규하던 피해자, 10년 후 살인자가 되었나?

딱 10년이다

최근 BH 파견 수사관의 자살이 서글픈 시대상을 보여주었다. 하급 수사관의 일탈이든, 최고위직의 탈선이든, 또는 그 이상의 아집이었든. 독재 시대, 군사정권 시대, 보수 우익의 좌파 척결이 우선이든 시대든, 지금이 그때와 다르지 않다면 우리들은 너무나 긴 시간 헛수고를 했다.


10년 전 2009년 5월 23일.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이 스스로 몸을 던져 죽음을 택했다. 그리고 그와 그의 가솔들이 겪을 수 있었을 모든 고난을 등 뒤로 돌렸다. 그의 뒤에서 현재의 많은 사람들이 안도했고 살아남았다.



며칠 후 치러진 대통령의 국장에서 두 명의 사내가 화면을 장식했다. 한 사내는 죽은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였다고 하고, 다른 한 사내는 대통령의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첫 번째 사내는 대통령에게 소리쳤다.


살인자! 살인자가 여길 왜 와!



두 번째 사내는 죽은 대통령을 대신해 그때의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였다. 텔레비전 화면을 크고 길게 채운 것은 그때 대통령의 겸연쩍게 웃는 얼굴이었지만, 중계를 시청했던 국민들에게는 앞서의 두 사람이 뇌리에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8년이 지나 별다른 노력 없이 상대의 극심한 자책골로 재수생 동반자가 19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살인당한 유가족의 비명을 질렀던 그 사내는 BH 민정비서관을 거쳐 어디 연구원의 부원장이라며 씽크탱크라 우긴다.  씽크하는 사람은 소리치지 않는데 이상한 감투를 썼다.  하여간.



그리고 10년이 지나 강산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었다. 16대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겸연쩍게, 그리고 권위적으로 여유 있게 웃던 그때의 대통령이 지었던 미소가 오늘 또다시 서늘한 기운으로 나타났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그때의 겸연쩍은 미소가, 놀랍게도 다름 아닌 '살인자!'라고 아우성치던 그 남자의 얼굴에 머물러있었다. 겸연쩍 미소의 악귀가 살아 다니나 보다, 라고 느꼈다.


10년 전, 오늘, 두 남자에게 같은 악귀가 깃들었나 보다.



오늘 이 남자는 살인의 유가족이 아닌, 살인 의혹을 받는 당사자로 섰다. 그 10년 전 그때의 대통령도, 16대 대통령을 직접 죽이지 않았다. 물론 지금의 이 남자도, 수사관을 직접 죽이지 않았다. 단지 입장이 그럴 뿐이다.


이 남자로 인해 허리를 조아리던 두 번째 남자는, 아마도 곧 또다시 허리를 숙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된다면, 숙이고 조아리는 것은 허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사업을 하고 사람을 고용하고 살면서 확고히 배운 사실이 있다. 그리고 현실의 뉴스와도 적확히 부합한다.


사람은 세월이 지나도 본성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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