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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Dec 24. 2019

조씨 남매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설레는 이유

대한항공에서 고구려의 데자뷔를 원한다

재벌 3세들 중에 나처럼 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애도 없어

한참 한진그룹 조 씨 일가의 갑질과 비상식적인 경영행태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를 때, 그 집의 어느 딸이 SNS에 올린 글이었다고 한다. 짤막한 그 기사를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진그룹과 대한항공에 입사한 직원들 중에 아마도 그 딸보다 더 똑똑하고 워커홀릭이면서 일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 지, 줄을 세워 보고 싶었다. 


일반인이 갖기 힘든 특권, 학벌, 재벌, 권벌을 당연시 여기면 자신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창업자 세대의 업적을 2세 혹은 3세대에서 수성하지 못했던 오욕이 반복된다. KCGI 펀드의 경영권 참여 선언 이후 2세대 경영자인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레 사망했기에, 후계 구도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삼 남매의 지분이 거의 6.5%로 유사하고, 어머니의 지분이 5.31%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KCGI가 강성부 편드가 17.29%를 보유한 가운데 조 씨 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던 미국 델타항공이 10%를 갖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반도건설 계열사들이 약 6%대를 보유 중인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상 지주 회사는 이들이 58%를 보유한 대주주 그룹이다.


최대주주가 KCGI처럼 보이지만, 특별관계인으로 구성된 최대주주 등은 삼 남매와 모친의 지분을 합쳐 사실상 25%대에 이른다. 여기에 백기사인 델타항공이 특별관계인 위임계약이라도 맺게 된다면 35%에 이르러서 실제 법인격에 대해 주주가 할 수 있는 모든 의결을 자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대표이사 선임은 등기이사들이 개최하는 이사회에서 선임되는 것이기 때문에, 등기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확보가 경영권 수성 및 확보에 있어 핵심이다.


그런데 주주총회에서의 의결에는 보통결의와 특별결의가 있다. 보통결의는 일상적인 등기 이사의 선임 등을 의결하고, 특별결의는 반대로 등기 이사의 해임 등 보편적이지 않은 의결을 할 때 필요하다.


등기 이사의 선임은 이사회 혹은 주주 등의 추천을 받은 자를 대상으로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측에서 공시할 수 있다. 등기 이사들이 정관에 따라 결의하는 이사회에서 추천해 공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경우에 따라 주주들의 추천을 이사회가 받아들이거나 혹은 주주들이 법원을 통해 주주총회 개최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여 등기 이사 후보를 내세울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보통결의 기준으로, 참석 주주의 과반수가 찬성하고, 해당 과반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1/4을 넘어야 한다. 그래서 조 씨 일가들이 경영권을 지키고자 자신들이 전원 합의한 이사를 선임하는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단 사전에 일가들이 모두 합의한다면.


문제는 조 씨 일가 가운데 단 1명이라도 반기를 들 경우에는 KCGI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조 씨 일가 가운데 한 명이 지금과 같이 형제의 회장 놀음을 받아들이지 않아 등기 이사 연임에 반대하거나 해임에 참여할 경우, KCGI는 24%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되고 조 씨 일가는 18%대에 머무르게 된다. 델타항공이 조 씨 일가의 편을 든다고 해도 24% 대와 28%대로 겨우 4%대의 차이에 불과해 소액주주들의 힘으로 경영권 교체가 가능하다. 이 경우라면 반도건설이 경영권에 굳이 참여할 의사가 없는 한, 분위기가 흐르는 편으로 손을 들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델타항공이 굳이 조 씨 일가의 편을 들까라는데 의문이다. 조 씨 일가 전체가 합심할 경우라면 몰라도 고구려 연개소문의 아들 남생과 같이 KCGI 지분을 이용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자가 반기를 든다면? 델타 항공이 나머지 조 씨 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할 이유가 없다.


델타 항공에게 대한항공은 아시아 연계 노선의 파트너이자 조양호 회장이 남겨 놓은 과거 SKY Team Alliance에 대한 연대 필요성으로 백기사를 해 왔다. 즉 조 씨 일가가 경영권을 가진 한 대한항공이 델타항공에게는 필요한 파트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만일 조 씨 일가 가운데 A가 튀어나와 KCGI를 등에 업고 나머지 조 씨 일가들을 공격해 자신이 스스로 회장이 되려고 설친다면?


당연히 델타항공이 KCGI-연남생 격인 조 씨 A와 협상을 통해 의결에 필요한 지분을 연대할 것이다. 왜냐하면 델타항공은 조양호 회장과 한진그룹에 대한 신의를 여전이 지키고 있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말이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반란을 일으킨 주체가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최소한 십여 년 이상 장기간으로 유지하거나 혹은 강제 퇴진된 조 씨 일가가 다시는 등기 임원으로 재등장하지 못하도록 초토화된 경우이다.


그런 경우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조 씨 A가 지금의 경영권 체계에 반기를 들어 스스로 회장이 되려고 분쟁을 일으킨다. 그리고 백기사 겸 경영권 후원자로 KCGI를 끌어들인다. 다음으로 델타항공을 찾아가 KCGI와 조 씨 A가 담판을 벌여 두 가지를 약속한다. 하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대한항공가 델타항공이 사업 연대를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머지 조 씨 일가로 인한 2차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다. 물론 이런 보장은 말이 아니라, 합리적인 전망이 필요하다.


여기서 끝난다면 델타항공이 정말 조 씨 일가를 버리고 이들의 백기사를 포기하고 조 씨 A와 KCGI의 편을 들까? 아니다. 델타항공에게는 눈 앞의 사업적 이익보다 반영구적인 사업 연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탈한 조 씨 A만으로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델타항공이 안심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마지막 한 수는 바로 KCGI가 멀지 않은 미래에 조 씨 A를 밀어내고 한진 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씨 일가가 이로부터 완전히 한진그룹의 경영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마치 당나라가 남생을 내세워 고구려를 정벌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KCGI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한진그룹은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가 될 것이고 이상적인 케이스로 발전한다면 국민그룹으로 과거 기아자동차의 모습을 닮아 갈 수 있다. 부정적으로 왜곡된다면 한진그룹의 경영권은 또 다른 주인을 찾아 KCGI의 손을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퇴출된 조 씨 일가에게는 넘어갈 리가 없다. 한번 경영권을 잃은 주주는 자금력이 예전 같지 않고 이들을 재무적으로 지원할 FI는 없다.


게다가 델타항공의 사업연대는 델타항공에게도 필요하지만 대한항공에게도 큰 경쟁력이기 때문에, 델타 항공에게 조금이라도 손해를 끼치는 조건이나 경영진에게 KCGI가 경영권을 양도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지금의 한진그룹보다 미래의 한진그룹이 델타항공에게는 우호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KCGI이든 이후의 어떤 경영진이든 지금보다 더 집중된 경영권을 가지기에는 부족한 지분으로 희석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못난 한진그룹이 되진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이유다.


선민의식에 빠져 어리석은 품행과 인성으로, 국호를 사명으로 이용 중인 대한항공과 지주회사 한진그룹을 조씨 일가는 동네 구멍가게 수준으로 퇴보시켰다. 새로운 경영권 체제가 반드시 도입되어 대한항공이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고구려 남생은 민족의 반역자가 되었지만 조 씨 일가 가운데 A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큰 디딤돌을 만든 애국을 하게 될 것이다.


A의 강력한 궐기를 기원한다. 회장 한번 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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