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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Dec 23. 2019

내가 알던 사람들이 PD수첩과 9시 뉴스를 장식할 때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

반갑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참 난감하다. 부럽거나 시샘 어린 자격지심도 없다. 그저 난감하다. 쟤들 기서  나오지?, 라는 생각이 수초 간 머릿속을 내리쳤다.


○○과 결탁한 ◇◇◇의 전말


○○이도 아는 사람이고 ◇◇◇도 막역하다. 오랜 시간 쥐 죽은 듯 그렇게나 몸 사리며 조심스레 칩거했는데도, 자본 시장은 냉혹하고 지저분하다. 언제 터지느냐, 만이 각자에게 드리워진 차별점일 뿐인가, 라는 생각에 착잡하다.


PD수첩에 나온 걔들이나, 9시 뉴스와 네이버 뉴스를 며칠씩 장식한 걔들이나, 특별히 흠잡을 데 없이 살았다. 아니 혹여라도 책잡히고 욕먹을까 항상 위축되어 살았다.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의 운명인가, 싶다.


마흔이 넘어 각자의 분야에서 크게 성장하면서, 일면식이 없는 앞선 선배 사업가들의 전철에 숨죽여 템포 조절을 하는 게 관례가 되었다.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눈에 띄지 않게 살려고 의욕보다 우려와 걱정을 앞세웠다.


포토라인에 서서, 9시 뉴스 한 번은 나와야 성공했지!



외줄의 날까로운 쓰라림을 에둘러 익살스레 서로에게 던진다. 부케 던지듯 상대를 정해 한마디 돌리다, 누군가 발끈하면 그 장난이 멈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대한민국 CEO는, 조그만 거 말고 중마 이상급은, 항상 2,300여 개의 혐의 속에서 1,500여 가지의 잠재적 범죄자로 살아간다. 흔히 교도소 담장 위에서 매 순간 외줄 타기를 하는 팔자라고 자조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등기제도와 말 뿐인 유한책임의 주주 시스템 하에서, CEO 역할을 하는 대표이사는 잠재적 범죄자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이 되어 대한민국 치안기관이 이를 설치한다면, 힘 꽤나 쓴다는 대표이사들은 모두 즉시 체포될 것이다. 그 영화를 보면서 친구들과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저거 생기면 우리나라는 공산혁명이 필요 없겠다. 주인 없는 회사뿐일 테니까.



직원이 고의든 실수든 귀책이 법인의 영업활동이라면, 이를 지시하고 승인했던 관리자, 그 가운데 대표이사만 처벌받을 가능성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더러운 잔소리에 각종 고가의 경보시스템을 달고 관리해도, 결국 화재나 가스사고가 발생하면 법인의 대표이사 책임이다. 재무, 세무, 회계적 모든 문제는 대표이사가 거의 무조건적으로 처벌받는다.


게다가 큰 회사일수록 회사가 망하면, 대표이사는 죽는 날까지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


일부의 문제 있는 오너와 기업가로 인해 법인을 통한 범죄들이 빈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법인 대표이사로서 법의 심판을 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작 자신이 알지도 못하거나, 알 수 없는 사건ㆍ사고로 인해 처벌받는다. 하물며 회사 돈을 도둑질한 직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형사처벌을 받고 빨간 별을 단다.


책임은 무한, 권리는 유한, 세상의 온갖 눈총은 한아름으로 안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CEO 자리!

당신은 과연 제대로 알고 그 자리에 앉았는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더이상 그러려니 안주 말고 유한책임 회사 취지에 맞게 선별된 법률 적용이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자. 그리고 출발선 상에서 이미 잠재적 범죄자를 놓고 보는, 왜곡된 균등 의식은 하루 빨리 타파하자.


이따위로 열등감 서린 사회의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인생을 걸고 자리를 지킬 기업가가 대한민국에서는 사라져 갈 것이다. 남는 건 결국, 하나같이 먹고 튀는 장사치들만 남는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가 외국 기업의 고용 노동자로 저변이 확대될 것이다. 그것이 자격지심에 빠진 다수의 소망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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