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CEO는, 조그만 거 말고 중마 이상급은, 항상 2,300여 개의 혐의 속에서 1,500여 가지의 잠재적 범죄자로 살아간다. 흔히 교도소 담장 위에서 매 순간 외줄 타기를 하는 팔자라고 자조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등기제도와 말 뿐인 유한책임의 주주 시스템 하에서, CEO 역할을 하는 대표이사는 잠재적 범죄자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이 되어 대한민국 치안기관이 이를 설치한다면, 힘 꽤나 쓴다는 대표이사들은 모두 즉시 체포될 것이다. 그 영화를 보면서 친구들과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저거 생기면 우리나라는 공산혁명이 필요 없겠다. 주인 없는 회사뿐일 테니까.
직원이 고의든 실수든 귀책이 법인의 영업활동이라면, 이를 지시하고 승인했던 관리자, 그 가운데 대표이사만 처벌받을 가능성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더러운 잔소리에 각종 고가의 경보시스템을 달고 관리해도,결국 화재나 가스사고가 발생하면 법인의 대표이사 책임이다. 재무, 세무, 회계적 모든 문제는 대표이사가 거의 무조건적으로 처벌받는다.
게다가 큰 회사일수록 회사가 망하면, 대표이사는 죽는 날까지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
일부의 문제 있는 오너와 기업가로 인해 법인을 통한 범죄들이 빈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법인 대표이사로서 법의 심판을 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작 자신이 알지도 못하거나, 알 수 없는 사건ㆍ사고로 인해 처벌받는다. 하물며 회사 돈을 도둑질한 직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형사처벌을 받고 빨간 별을 단다.
책임은 무한, 권리는 유한, 세상의 온갖 눈총은 한아름으로 안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CEO 자리!
당신은 과연 제대로 알고 그 자리에 앉았는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더이상 그러려니 안주 말고 유한책임 회사 취지에 맞게 선별된 법률 적용이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자. 그리고 출발선 상에서 이미 잠재적 범죄자를 놓고 보는, 왜곡된 균등 의식은 하루 빨리 타파하자.
이따위로 열등감 서린 사회의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인생을 걸고 자리를 지킬 기업가가 대한민국에서는 사라져 갈 것이다. 남는 건 결국, 하나같이 먹고 튀는 장사치들만 남는다.그리고 결과는 모두가 외국 기업의 고용 노동자로 저변이 확대될 것이다. 그것이 자격지심에 빠진 다수의 소망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