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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Dec 19. 2019

경기에 지고도 일본 축구 대표가 라커룸을 청소한 이유

칭찬하되 본받을 바 없다

동아시아 축구대회에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일본 국가대표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ㆍ중ㆍ일 모두 해외파를 거의 뺀 2군들로 대회에 나섰지만, 흠잡을 데 없는 선전을 했다.


많은 신문에서 비슷한 헤드라인이 번쩍이는데, 메마른 비웃음을 감출 수 없다. 기자들의 수준이 비전문적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식상하다. 또한 공부해서 누적되는 지식이 지겹게도 부족하다.


또 패배한 일본, 라커룸을 이번에도 깔끔



도대체 이런 유치하고 말초적인 기사를 나는 사십 년째 보고 있어야 하는가. 축구 경기에서도, 야구 경기에서도, 86 아시안 게임의 선수촌 아파트에 대해서도, 매번 보아 온, 아니 매번 세대를 거쳐 우리나라 기자들이 쓴 기사이다.


수십 년 전부터 최근까지는, 이러한 기사에는 일종의 경외심이 자격지심과 함께 못된 뱀이 튼 뙤아리처럼 바닥에 숨어 있었다. 읽는 독자와 국민으로 하여금, 범접할 수 없는 두려움과 경외심을 강요했다. 배우고 본받고 싶다는 자각보다 열등의식을 세뇌하는 차가운 냉대에 기분 나빴다.

 

다행히 최근 일부 젊은 기자들의 글에서 객관적 사실의 전달만이 담겨 있어서, 그나마 작은 위안을 받는 게 다행이다.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런 면모에 대해, 우리도 너네들 정도는 비슷하게 따라 한다, 라는 경쟁의식이 젊은 한국인의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이 라커룸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한 뒤 사라지는 모습에는, 선진 시민의 고양된 문화의식은 없고 자신만의 안위를 위한 이기심만 두드러진다.


일본 고유의 미니멀리즘으로 볼 수 있는 와비사비 정신이 수천 년 저들의 심장을 에워쌓는데, 와비사비는 일본인들로 하여금 비움과 검소함을 시각적으로 내보이는데 혈안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들에게 과정과 실상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명예와 수치만이 사물과 현실을 바라보는 척도이다. 그래서 용서를 구하고 베푸는 것은 수치이고 불명예다. 일본이 아직도 그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오히려 나라를 지키지 못한 열등 민족을 서구 열강의 식민지 착취로부터 지켜낸 일본을 두고, 우리가 비난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수세기에 걸친 내전에서, 그들은 내전이라 보지 않는 천하통일의 과정이다, 명예를 내보이고 수치를 숨기며 들통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죽어서 신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 하나로, 현세에서 죽도록 근면하고 검소하게 생활해야 했다. 이런 와비사비 정신을 세상 사람과 신들이 알아채도록, 그래서 돋보이도록 시각적 공양을 하는데 미쳤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티끌 하나 보이지 않게 자신의 주변을 쓸고, 닦고, 치운다.
또한 몸은 항상 청결하도록 씻고, 닦고, 새 옷으로 피부를 덮는다.


일본인, 특히나 외형적 시각성이 중요한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이 라커룸을 깨끗이 치우고 정리하는 모습은, 주최국과 스태프에 대한 배려보다, 스스로의 안위와 영생을 위한 기계적 내세움일 뿐이다.


존경할 배려나 의식은 없다. 우리도 더 이상 그들을 칭찬할 필요가 없다. 젊고 승부욕에 넘쳐야 할 국가대표가 경기에 지고도 라커룸을 깨끗이 치우고 나가는 모습이 오히려 소름 돋는 역겨움이라는 생각을 왜 못하는지 이해가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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