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먹고살았던 이유에선지, 애플의 아이폰은 의식적으로 멸시했다. 유황 같은 매캐한 위선이 큰 숨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그 단단함이 싫었다. 저 먼 경멸찬 유치함의 경쟁이 플랑크톤으로 생육되는 바다 저 멀리로 그 단단함이 나를 밀어던졌다.
화창한 샌프란시스코 해안가 도로를 바라보며 자이언트 파크를 뒤로 하면, 잠깐의 숙면을 지나 애플 무한 루프의 입구가 출장의 시작을 알렸다. 애플을 멸시하면서, 애플에 장사하러 나는 그렇게 드나들었다.
딱 3년 전. 누가 봐도 애플 카피캣으로 보이는 좁쌀 전사들이 온라인 마켓에 분탕질을 했다. 쥐꼬리만 하던 북경과 상하이 오피스에서 인사했던 걔네들이 샤오미로 변신했다. 변신, 이라는 단어는 으스스하고 징그럽지만, 좁쌀이 샤오미로 변신한 것은 살짝이 애잔했다. 대개 망해가는 회사들의 고전분투라서다.
스마트폰, TV, 조명 등, 로봇 청소기, 체중계.
얘들이 심하게 막장으로 간다는 변신의 애잔함이 느껴졌다. 곧이어 녹색 고름과 함께 뭉개질 것처럼.
난 지금 샤오미 로봇청소기를 최애 한다. 그래서 건조한 겨울 공기에 물기찬 습내를 심어보려고 가습기도 샤오미 산으로 구입했다. 두 놈이 허연 색깔로 조너선 아이브의 독창성을 마구 생산해 내어, 기성의 아이브 스테레오로 나 같은 반애플파를 매혹하고 있다.
7시 반 아침에 일어나 허연 아이브 톤 로봇청소기를 가동시키고 안방의 샤오미 가습기를 스마트폰 앱으로 정지시킨다. 그리곤 침대에 드러누워 얼음 같은 침대 밖 공기의 압력에 굴복한 채, 서재방의 또 다른 아이브 식 샤오미 가습기를 기동시킨다. 그리고 서재는 짝퉁 아이브의 한숨 같은 허연 습기의 갑작스런 침공에 하루를 시작한다.
<일인칭 단수>라는 에세이 같은 단편소설로 나 같은 일본 문학빠들을 현혹시킨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읽었다. 샤오미 가습기 옆에서.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부르는 'This is the Moment.'를 듣던 순간. 헛웃음이 크게 터졌다.
앤소니 왈로우가 조너선 아이브라면, 데이비드 핫셀호프는 샤오미다. 내가 사랑하던 노르웨이의 숲 속 하루키가 아이브라면, 일인칭 단수의 무라카미는 샤오미다.
같은 노래지만 딸리는 가창력을 연기 같은 변주와 꺾기로 포인트를 주는 핫셀호프와, 쓰다만 에세이를 단편소설처럼 출간해 독자를 농락하는 하루키가, 오늘은 샤오미다.
그래도 난 샤오미 제품을 최애 한다. 어설프고 최고는 아니지만, 도도하게 두 눈감고 '난 최고일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최면 걸린 자화상 같아 난 이들을 최애 한다.
한동안 샤오미, 핫셀호프, 하루키의 일인칭 단수가 아이브의 한숨을 더 길게 만들진 모르지만, 나는 유쾌한 이들 B급의 반란을 즐겨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