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배 꼬인 사람들을 대처하는 법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하세요
20대 초반에 사회에 나가 처음으로 들은 말이다. '안녕하세요, 김유진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나름대로 성실한 신입의 모습을 보여주려 인사했는데, 옆에 있던 분이 정색하며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해야지' 라고 비꼬는게 아닌가.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공격적인 말을 들은게 처음이었을 뿐더러, 열심히 일하겠다는 신입의 다짐이 한 순간에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그 분과 어색하게 눈이 마주친 몇 초 간, 앞으로의 회사생활이 빤히 그려졌다.
예상한 대로 나는 그 사람의 말하기 방식에 질려 한 달을 못 버티고 퇴사했다. 잘못을 했을 때 차라리 화를 내고 혼을 내면 좋으련만, 직장에서 들었던 사정없이 꼬여진 말들을 하루종일 곱씹으며 밤마다 친구들에게 '나 오늘 이런 말 들었는데, 이거 내가 기분 나빠도 되는 거 맞지?' 라 물어보며 쓸데없는 자기검열의 밤을 보냈더랬다. 그 사람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였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나를 못 괴롭혀서 안달이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본인의 배배 꼬여진 마음을 만만한 나에게 풀었던 것 같다. 혹은 너는 왜 그렇게 즐거워보여? 너도 나처럼 불행해져봐 라는 이상한 마음이었을 수도.
충격적인 건, 이런 식의 말하기 방식을 쓰는 사람들을 살면서 은근히 많이 만났다는 것이다. 본인이 무책임하게 내뱉은 말로 상대방이 집에가서 곰곰히 생각 하며 끝없이 심난 해 하건, 그 과정을 통해 자존감이 바닥으로 가던 일절 상관하지 않는다. 자신의 부정적인 기분을 말에 담아 타인에게 내던지고, 타인의 기분을 망쳐버린다. 혹시라도 그 사람의 태도나 언행에 불만을 내비치면 ‘그 말을 왜 그렇게 받아들여, 난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누가 그렇게 생각하래?’ 등의 이기적이고 유치한 처세술로 일관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최악의 인간 부류이다. 자신의 체면을 위해 대놓고 못되게 말하지 않는다.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왔을 때 뒤로 도망칠 부분을 남겨 놓는 것이다. 보통 이런사람들은 자기가 착한 줄 안다. 편의점에서 직원이 봉투에 담아드릴까요, 물었더니 그럼 나보고 이걸 봉투도 없이 담아가라는 말이에요? 라고 물어봤다는 일화도 있다. 이 사람도 같은 부류인 것 같다.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듯 죄없는 남한테 분출하고 그 사실에 대해 일말의 미안한 감정도 없이 살아간다.
어찌됐던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한 달의 인생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첫 번째, 괜히 저런 사람들의 마음에 들고자 노력하지 않을 것. 두 번째,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나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 것. 세 번째, 본인의 인생이 힘들어서 저런다 생각하며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봐줄 것. 대부분 쓸데없이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라 자신을 아래로 보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또한 마지막으로 회사나 사적 모임에서 저런 존재의 사람이 되지 않을 것! 괜히 충고를 빙자한 못된 말로 다른 사람의 밤을 심난하고 어지럽히지 말자. 좋은 말들만 주고받아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