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원하나요?
실천17. 공상 속에 숨어있는 고민 들여다보기
시작은 <왓슨력>이라는 책이었다. 왓슨력? 처음 들어보는 말이지만, 눈에 익은 단어가 보인다. '왓슨'. 맞다, 추리소설의 고전인 '셜록 홈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 왓슨이다. 탐정 홈스는 사건 현장에 왓슨과 언제나 동행하고 자신의 추리를 그에게 들려준다. 우리는 늘 홈스의 뛰어난 추리 실력에 감탄하지만, 만약 왓슨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그의 주변에 있을 때 추리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라면? 이 책의 주인공인 와토 소지-왓슨의 일본식 발음이 '와토손'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노골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다-는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 2미터 남짓 되는 원의 안쪽에 있는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특수한 추리능력을 갖추게 하는 힘이 있다.
와토 소지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왓슨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인지, 책을 읽던 나는 이내 집중력을 잃고 망상의 세계에 빠져들고 만다. 나도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 앗, 오늘도 늦잠이다. 어제 분명히 10시에 잠자리에 누웠는데?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벌써 8시간이 지났다고?? 5시에 일어나 스트레칭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영어 공부까지 하고 아침식사 준비하려고 했는데 소중한 2시간이 날아가 버렸다. 아니, 이걸 5일째 반복 중이니까 10시간이 사라진 건가. 헤르미온느의 타임터너로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면"... 아니면 나루토처럼 "분신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싶었던 일들을 해낼 수 있을까. 푹 잤더니 피곤하진 않은데 해내지 못한 일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네.
* 영어로 내 생각을 마음껏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 자주 놓이다 보니 너무 답답하다. 한국어로 위풍당당하게 으르렁대던 호랑이가 영어권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걸음마저 서툰 아기 고양이가 된 기분이랄까. "세상의 모든 언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좋겠다. 까다로운 성조의 중국어도, 단어에 남성/여성/중성이 있는 독일어도, 혀가 굳은 나에게 너무나 어려운 발음의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도, 도저히 읽고 쓸 수 없을 것 같은 아랍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느낌은 어떨까. 세상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언어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도 조금씩 달라질 텐데, 그때의 내가 바라보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 지지난주는 영상 14도였는데, 지난주는 영하 14도였고, 이번 주는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가 뿌옇게 보일 지경이다. 매일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일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의 시간이 똑딱똑딱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2050년이 한계라는데 정말 이대로 괜찮은지 걱정된다. 이럴 때 "지구의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태평양의 쓰레기 섬도, 아타카마 사막의 헌 옷 쓰레기 산도, 바닷속 미세플라스틱도 사라진 지구를 만나면 사람들은 다시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살아갈까.
일요일 밤에 조용히 중얼거리는 "아, 금요일 밤으로 돌아가고 싶다", 꽉 막힌 도로에서 한숨과 함께 내뱉는 "순간이동 능력이 있으면 좋겠네", 긴 젓가락을 손에 들고 장난스럽게 외쳐보는 "윙가르디움 레비오사"...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힘을 그려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어차피 실현될 수 없는 일이기에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원하나요?"라는 질문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능력을 고민해 보니 '시간관리', '언어능력', '환경문제'처럼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의 윤곽이 잡힌다. 새해 목표 세우기가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내가 닮고 싶은 슈퍼히어로와 그 안에 숨어있는 내 욕망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