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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맘 Apr 14. 2021

아들, 더 이상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아들 탐구생활

‘아! 맞다! 시계! 시계! 어딨지?’     


아들 옆에 있어야 할 시계가 보이지 않았다. 아들이 깨기 전에 시계를 찾아놔야 늦지 않게 등원시키고 회사에 갈 수 있다. 아마도 주말에 언니네 집에 놀러 갔다가 놓고 온 것 같다. 언니에게 바로 전화를 건다. 혹시 언니네 집에 정빈이가 가지고 다니는 시계가 있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한다. 언니는 상황을 짐작했는지 이번엔 언니가 게 묻는다.       


“이 시계 정빈이한테 꼭 있어야 하는 거지?”     

“어, 언니 어떻게 하지?”     


언니는 시계 뭐라고 시계 하나 가지고 아침부터 뭔 호들갑이냐고 질책하지 않았다.      


지방에 살고 있는 초등교사인 언니는 학교 가는 길에 고속버스 택배로 시계를 보내준다고 했다. 내가 퇴근길에 고속버스 터미널 수화물 센터에 가서 시계를 찾아가면 오늘 저녁에는 정빈이에게 시계를 쥐어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언니의 번쩍이는 해결책 덕분에 한시름 놓게 됐다.

아들 오른손에 꼭 쥐어진 이모가 택배로 보내준 욕실 시계

초등교사인 언니는 다양한 성향을 가진 아이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조카의 독특한 성향을 이상하다고 핀잔하기보단 인정을 해주는 쪽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계를 찾을 조카를 생각하며 바쁜 출근길에 시간을 쪼게 고속버스 터미널에 들려 시계를 포장해 택배로 붙일 언니 모습을 생각하니 조카에 대한 이모 사랑도 만만치 않구나 싶었다. 어쩌면 엄마인 나보다 정빈이 마음을 더 잘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맙게 느껴졌다.      




아들은 두 돐이 지나고부터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새로 관심이 가는 것이 생기면 가지고 다니던 것이 바뀌었지만 모양은 항상 둥근 모양이었다.      


빌라 3층에 살 때였다. 유모차를 태워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출근해야 하는 어느 날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라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불안정한 시기였다. 등원할 때면 양손에 쌍둥이 손을 각각 잡고 천천히 계단을 걸어 내려와야 했다. 시간이 촉박할 때면 한층씩 쌍둥이들을 번갈아 안고 내려오는 날도 있었다. 한 명씩 아이를 안고 내려올 때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에게 아이가 혼자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지지는 않을까 겁이나 엄마가 갈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 된다고 신신당부를 해야만 했다.


등원을 위해 어렵게 쌍둥이를 데리고 1층까지 내려와 유모차에 태우고 어린이집으로 출발할 때였다. 아들이 갑자기 낑낑거리며 나를 불렀다. 왜 낑낑거리나 살펴보니 손에 쥐고 다녔던 자음자 'O'모양의 한글 자석 교구가 없으니 가지고 오라는 것이다. 그냥 가자고 달래도 봤지만 아들은 그 나이에 어울리게 협의라고는 일체 없이 막무가내로 떼쓰며 유모차를 벗어나려고 했다. 결국 나는 아이들을 유모차에 꼭꼭 묶어두고 얼른 3층으로 뛰어 올라가 한글 자석 교구를 찾아와야만 했다. 1층이 주차공간으로 되어 있는 빌라라 살고 있는 집은 3층이었지만 계단으로 치자면 4층 계단을 오르고 내려오는 꼴이었다.


3층 집으로 다시 뛰어 올라가 아들이 떨어뜨린 한글 자석 교구를 찾으며 1층에 두고 온 아이들이 혹시나 울고 있지는 않을까, 누가 데리고 가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아들은 여전히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을 때가 많다. 요즘은 둥근 모양보다는 아이스크림 막대, 머리핀, 빨대 등 납작한 모양의 것들을 손에 주로 쥐고 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만지작 거리며 중얼거리고 있는 아들에게 “정빈아! 뭐하니~?”하고 물으면 아들은 나를 보며 씨익 웃어준다. (내가 낳은 아이지만 왜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를 보며 웃어주는 아들 표정을 보면 ‘엄마, 전 혼자 잘 놀고 있으니 신경 안 쓰셔도 돼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런 아들의 모습에 불안과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나의 속마음과는 반대로 아들은 진심으로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그걸로 됐다.’     

오늘도 나는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노력한다. 




아들~!


너를 두고 더 이상 스토리 쓰지 않고, 너 자체를 그냥 보도록 노력할게.

더 이상 너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거야. 이해해 보려는 엄마의 욕심이 너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으니깐.


이모를 포함해 너의 독특한 성향을 존중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 훗날 네가 이 글을 볼 때 알아줬으면 좋겠어.   


너의 앞날을 항상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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