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룰루랄라맘 Apr 12. 2021

내 품에서 떨어지는 순간

쿨한 엄마 되기

‘우두두두둑, 우두두두둑’     

쌍둥이들이 욕실 문을 벅벅 긁는다.

맘에 급해진다.    

  

'며칠 만에 하는 샤워라 꼼꼼히 씻고 싶다.'

'머리도 시원하게 헤어팩도 하고 싶다.'

'향기 좋은 오일로 마무리도 하고 싶다.'    

 

아이들이 잘 기다려 준다면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지금 욕실 밖에서 문을 벅벅 긁고 있다.

맘이 급해진다.      


향기 좋은 바디 오일은 고사하고 바디 로션 바를 시간조차 없다.

타월에 바디샴푸를 바를 겨를도 없이 손으로 대충 비벼 몸을 씻어낸다.   

   

그래도 며칠 만에 물로 몸을 씻어내서 그런지 개운하긴 하다.

이걸로 난 ‘만족’ 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를 하면서 아이에게서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모유수유를 하다 보면 하루 종일 쌍둥이들과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아이들이 깨어나면 번갈아 가며 수유를 해야 했고, 기저귀를 갈아 주다 보면 반나절이 후딱 지나갔다. 다음 모유수유를 위해 나는 미역국으로 굶주린 배를 채워야 했다.    

  

화장실 갈 때도 문을 열어 놓아야 했고, 샤워할 때도 문을 열어 놓고 해야 했다. 욕실 문을 닫고 볼 일을 볼 때면 쌍둥이들은 내가 없어진 것을 귀신같이 알고 욕실 문 앞으로 기여와 강아지처럼 욕실 문을 벅벅 긁어댔다.  

    

한시도 떨어질 것 같지 않았던 '아이들이 엄마인 내게서 떨어져 나가는 구나'하는 순간이 있었다.       

     

모유수유가 끝나는 날

 때까지 모유수유를 했다. 수유하는 기간 동안 젖몸살도 몇 번이 왔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좋다는 모유를 일 년 동안 꼭 먹이고 싶었다. 젖몸살이 올 때면 아이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젖몸살은 풀어주는 약을 먹어가며 모유수유를 계획한 날까지 할 수 있었다.       


이 지나고 계획대로 모유수유를 기 위해 서서히 수유하는 횟수를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젖이 돌면 유축기로 모유를 빼서 젖병에 담아놓았다. 모유수유하는 횟수를 줄여나가기 위해 아이들이 젖을 찾을 땐 미리 짜 놓은 모유를 중탕해서 먹여주거나 분유를 타서 줬다.      


모유수유를 줄여 나간 지 일주일이 지나니 가슴에 모유가 차오르는 느낌이 줄어들었다. 이주일이 지나니 모유 생산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모유수유 횟수를 줄여나가니 자연스럽게 모유 생산이 멈추는 신체가 신기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아이가 내 품에 더 이상 안겨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유수유를 끝낸 아이들은 쌀밥과 분유로 배를 채우기 시작했고, 밥 먹는 양이 늘어남에 따라 분유를 먹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줘야 했지만 모유수유할 때처럼 품에 안고 먹여주지 않아도 됐다. 범보의자와 같은 아이들 전용 의자에 앉혀 놓고 밥을 먹여줬다.     


막상 아이들이 내 품에서 떨어지니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젖떼기 2주는 일 년 동안 아이를 품에 안고  모유수유를 했던 나에게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다.           


두발자전거를 타는 날

아이들이 6살 때 처음으로 네발자전거를 탔다. 네발자전거인데도 아이들이 넘어질까 걱정되어 헬멧, 팔 보호대, 무릎보호대 등 안전장치를 풀로 세팅하고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네발자전거지만 혹시나 넘어질까 다칠까 아이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아이들이 네발자전거의 페달을 아무리 힘껏 돌려도 빠르게 걸으면 쫒아갈 수 있었다.      


네발자전거를 탄지 1년 후 보조바퀴를 떼고 두발자전거로 갈아탔다. 두발자전거를 잡아주느라 허리가 아픈 것도 잠시 아이들은 쉽게 두발자전거 타는 방법을 터득했다. 두발자전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내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빨리 사라져 버렸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내 시야에 아이들은 더 이상 없었다. 이젠 더 이상 아이들을 지켜보기 위해 놀이터에 나가 앉아 있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렇게 또 내 품에서 어지는 건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엄마품을 떠난다.

성인이 된 아이들이 내 품을 떠나는 날, '엄마는 아직 너희들을 보낼 준비가 안됐다며, 떨어지기 싫다며' 징징거릴까 겁 나기도 한다. 젖먹이 아이들처럼 욕실 문을 벅벅 긁지는 않겠지만 독립하는 아이들에게 서운한 마음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줘 아이들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떠나는 날, 쿨하게 보내주는 쿨한 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도 아이들에게 내 몸을 한껏 내줘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