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에 대한 착각
TV에서나 들어봤던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첫 번째 아기입니다.”
아기 얼굴을 보여준다. 첫 번째 아기는 남자아이다. 얼굴 크기는 작은데 호빵같이 동글했던 첫 번째 아기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얼마 후
“두 번째 아기입니다.”
두 번째 아기 얼굴을 보여준다. 두 번째 아기는 여자 아이다. 첫 번째 아기보다 얼굴은 더 작고 눈, 코, 입이 더 오밀조밀하게 생겼다.
출산 전까지 나는 아이의 성별을 알지 못했다. 예정일을 2개월 앞두고 자궁문이 열려 아산병원 집중관리실에 급하게 입원을 해야 했다. 조산의 우려가 있는 아이 앞에서 성별을 물어볼 정신도 없었고, 그 당시 성별보다 아이들의 건강이 내게 더 중요했다. 결국 출산 전까지 아이의 건강을 앞에 두고 성별은 물어보지 못한 채 출산을 하게 되었다.
병문안을 오시는 지인분들께 쌍둥이가 태어나면 많이 힘들 거라고 종종 들었다. 아이 하나 키우기도 힘든데 둘을 동시에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걱정되어하시는 말씀이라 생각했다. 보통 쌍둥이는 한 명이 울면 따라 같이 울고, 떼쓸 때도 같이 떼쓰고 뭐든 같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쌍둥이를 직접 키워보니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아이를 출산하고 마취에서 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출산 직후 봤던 아기 두 명이 차례로 병실로 들어왔다. 배가 아직 아파 누워만 있어야 했던 나는 남편에게 아이들이 어떻게 생겼냐? 아이들이 뭐 하고 있냐? 며 물어봤다. 첫째인 남자아이는 눈을 꼭 감고 자고 있는 것 같다고 했고, 둘째인 여자 아이는 눈을 크게 뜨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주위를 탐색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엄마를 처음 만나러 온 쌍둥이 남매의 첫 모습은 이렇게 서로 달랐다.
그 뒤로 모유수유를 위해 아이들과 대면할 때마다 두 아이의 성향이 많이 다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남자아이는 대부분 눈을 꼭 감고 잠들어 있었고, 여자 아이는 목도 가누지 못할 때인데도 장소가 옮겨질 때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쌍둥이라고 해서 서로 연결되어 모든 것을 같이 하고 있지 않음을 쌍둥이 육아를 하며 알게 되었다.
첫 번째. 따라 울지 않기
배가 고플 때, 기저귀 갈아달라고 할 때 등 뭔가 불편하거나 필요로 할 때 말 못 하는 아기들은 울음으로 엄마를 부른다. 보통 쌍둥이들은 한 명이 울면 다른 한 명도 같이 따라 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키우고 있는 아이들은 달랐다. 옆에 있던 한 명이 울면 다른 한 명은 ‘넌 왜 우는 거니~?’하는 눈빛으로 나와 울고 있는 다른 아기를 번갈아 본다. 어쩔 땐 울고 있는 아기를 보며 웃기도 한다. 서로 따라 울지 않으니 엄마인 내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쌍둥이 육아를 앞두고 있는 예비맘들은 쌍둥이라도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두 번째. 노는 방식
첫째인 남자아이는 조심스럽고, 둘째인 여자 아이는 활동적이다. 새로운 환경에 가면 아들은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노는지 위험한 것은 없는지 우선 주변을 탐색한다. 반면 딸은 먼저 들어가서 자기 영역 표시의 의미로 철퍼덕 앉고 본다.
좀 더 활동적이라서 어린이집 다닐 때 딸아이 손을 보면 항상 손톱은 깨져 있고, 그나마 남아 있는 손톱에는 까만 떼가 껴있었다. 어린이집에서 뭘 하고 노는지... 아무래도 바깥 놀이할 때 손톱으로 땅 파고 노는 것 같다. 반면 아들 손을 만져 보면 섬섬옥수가 따로 없다. 손은 보드랍고 손톱엔 윤기까지 흐른다.
쌍둥이 남매가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딸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내 눈에 담기 힘든데 반해 아들은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아들이 혹시 심심해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정빈아, 친구들과 노니깐 재미있어?”하고 물어보니 뿌듯한 표정으로 “응, 재미있어.”라고 대답한다. 아들의 대답은 진심이었다.
‘이건 뭐지?’ 예상과 다른 아들의 답변을 듣고 처음엔 당황했다. 하지만 아들 입장에서 바라보니 아들은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며 있었고, 자기 차례가 아니면 굳이 끼어들지 않는 성향의 아이였다. 밖에 나가 노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니 아들 나름대로 놀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책 보는 방식
책 보는 방식은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뚜렷이 달라졌다. 아기였을 때는 좋아하는 책이 각각 있었지만 어떤 스타일이라고 딱히 규정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읽는 책이 누적이 될수록 아이들이 보고 있는 책이 달라졌다. 아들은 명작동화 시리즈를 시작으로 한 가지 책을 여러 번 다른 타입으로 계속 보길 좋아한다. 꽂힌 책이 <헨젤과 그레텔>이라면 같은 제목의 다른 책들을 한동안 계속 본다. 한글책과 영어책 상관없이 모두 헨젤과 그레텔이라면 다 좋아한다.
반면 딸은 이것저것 보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어쩔 때는 테이블에 책 세 권을 동시에 펴 놓고 볼 정도다. “채원아, 그렇게 다 읽고 싶어?”하고 물어보니 딸은 “응, 다 재미있어.”라고 대답한다. 딸아이는 정말 볼 책이 없을 때나 읽었던 책을 꺼내보는 것 같았다.
내가 키우고 있는 쌍둥이는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은 쌍둥이 남매다.
솔직히 둘 다 기본적인 겁은 장착하고 있어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커준 것 외엔 같은 점은 없는 것 같다. 정말 다 다르다.
나도 쌍둥이를 키우기 전에는 쌍둥이는 많은 부분이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키워보니 쌍둥이는 같은 날 태어난 완전 다른 인격체였다. 완전 다른 인격체라 각각 다른 시선으로 쌍둥이들을 바라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