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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Feb 05. 2021

감자국 아일랜드의 가정식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지난 3개월간 아일랜드의 가정집에서 지내며 우리네 식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많이 보았다.

우선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음식을 나눠먹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각자 하나의 접시를 독점하고? 먹는다. 또 하나는 감자를 이용한 요리가 많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식단에서 감자를 볼 수 있다ㅎㅎㅎ 아이리쉬 사람들이 말하길 감자는 절대 자기네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라는데.. 그런 감자를 요리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삶은 감자 (Boiled)

-삶아서 으깬 감자 (Mashed)
-튀긴 감자 - 우리가 흔히 아는 감자 칩 (Fried)

-구운 감자 (Roasted)

-웻지 모양으로 자르고 양념된 감자 (Wedge)

-감자 칩 (Crisp)


 항상 사이드 메뉴로 나오는 감자는 이토록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되고 자르는 방식에 따라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제일 신기했던 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감자칩(과자)을 끼니를 때울 수 있는 하나의 음식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점심은 샌드위치와 감자칩을 먹는다. 혹은 샌드위치 안에 감자칩을 넣어 먹는다(!!)


담백한 빵에 짭조름한 치즈 양파맛 감자칩, 은근히 조화롭다ㅎㅎ



나는 궁금했다. 감자의 원산지가 아일랜드인가? 금시초문인데.. 그리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감자가 태어난 고향은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한 남아프리카 페루, 칠레 등의 지역이란다. 그럼 언제부터 아일랜드에서 이렇게 감자가 유명한(?) 식단이 된 걸까??


일단 감자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자는 구황작물이라고 하여 좁은 경작지와 척박한 토양에서도 엄청난 식량을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이다. 날씨가 춥고 토질이 척박했던 아일랜드에도 같은 이유로 감자가 전파되기 시작했고 이후 식량이 풍부해지고 인구도 급증했다.


그런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감자에 대한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건, 아일랜드 대기근(The Great Famine) 때문이다. 1845년부터 1850년까지 일어난 사건으로 감자 역병이 돌아 감자는 시들어갔고 감자에 의존하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100만 명가량이 죽어갔다. 당시 아일랜드의 인구는 800만 명에서 650만 명으로 줄어들었고, 현재는 500만 명으로 대기근 이후 인구수가 회복된 적이 없단다. 


이때 살기 위해 미대륙으로 이주를 시도한 아일랜드인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상당수가 바다에 빠져 죽거나 굶어 죽었다고... 이런 와중에 영국의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는 어렵게 수확에 성공한 소량의 감자 조차도 자신들이 먹지 못하고 영국에 빼앗겼다고 한다. 그래서 아일랜드인들에게 감자는 단순한 식품이 아닌 아픈 역사의 이야기가 담긴 소울푸드인 셈이다. 




감자가 빠진 적 없는 아이리쉬 가정식 모습



평소 감자를 맛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던 나는 한동안 아일랜드 감자요리에 빠져 있었다. 감자는 값이 싸고 영양가가 풍부하며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는 만능 음식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요즘. 다시 아일랜드의 감자요리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작가가 느낀 또 다른 아일랜드의 문화적 다른 점 엿보기

https://brunch.co.kr/@lullukumi/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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