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딸 출국 하루 전

by 루씨

주말 내내 바빴다. 작은 딸 K는 챙겨야 할 짐 리스트를 벽에 붙여두고 거실에 펼쳐둔 트렁크 두 개에 나누어 빈틈없이 끼워 담았고 나는 가져갈 옷가지들을 세탁기에 돌리고 식구들의 식사를 챙기느라 하루 종일 바빴다.


오늘은 오전부터 작은 딸과 함께 일을 보고 2시쯤 **병원에 다녀왔다.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하신 지 삼 주째 되어간다. K가 침대 곁으로 가 인사를 드리니 눈빛은 분명 반가워하시는 것 같은데 표정이 자연스레 지어지지 않으시는 듯했다.


"얘가 집 떠나서 이렇게 멀리 가는데 내가 지금 여기 누워서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누워있으니 이게 뭐냐. 얼른 데리고 가라."


어머님은 자꾸 데리고 가라고 하시면서도 손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셨다. 초점은 잘 맞지 않으시지만 내 눈에는 어머니가 온몸으로 K를 보고 계시는 것 같았다.

주는 할머니 곁에 서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가지고 온 카스텔라를 침대 옆에 두고 병실에서 나왔다.


아버님이 병실에서 어머님을 지키신 지 벌써 보름이 넘어간다. 예전에 비하면 정신이 흐려지긴 하셨지만 어머님은 아직까지 누군가에게 신세 지는 것도, 당신의 불편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극도로 꺼려하신다. 그래서 늘 아버님이 곁에서 간병을 하고 계시는 것이다. 이러다 아버님까지 편찮아지실까 걱정이 된다.

지금 어머님 침대 위에는 긴 나뭇가지가 놓여있다. 보호자 침대에 누워계신 아버님을 부를 때 나뭇가지로 아버님을 툭툭 치면 아버님이 일어나 어머님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신다.

귀도 어두우신데 싫은 내색 하나 없이 곁을 지키는 아버님을 뵙고 오면 마음이 너무 무겁다.


집으로 돌아온 작은 딸은 소파에 쓰러지듯 자더니 한 시간쯤 뒤에 일어나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내일 밤이면 작은 딸은 교환학기를 보내러 영국으로 떠난다. 걱정도 되고 허전할 것 같기도 하지만 나도 K가 짐을 싸는 걸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