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일주일을 지낸 후, 지금 어머니는 다시 **병원에 계신다.
사흘 전 요양원에서 어머님을 면회하고 나오신 아버님이 요양원의 식사가 부실한 것 같다며 무척 걱정하셔서 나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서 입소 6일 만에 다시 병원으로 입원했다. 응급실에서는 MRI 검사결과 별 이상 없고 요로감염으로 인한 염증수치가 높아있다고 했다.
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시는 동안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셨다. 어제는 재활의학과 의사가 와서 팔다리 움직임을 체크했는데, 인지 반응이 늦고 근육 손실이 심하다고 했다. 두 달 넘게 침대생활을 하고 있으니 근육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인지기능 저하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이 걱정되었다.
허리 골절 진단을 받은 이후, 걷지도 못하고 병원에 격리되다시피 지내면서 어머니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중요한 인간관계가 사라져 버린 생활에서 오는 우울감이 원인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반복되는 입원으로 간병이 길어지다 보니 이제 아버님의 건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요양원에 계셨던 엿새를 빼고 아버님은 두 달 이상 병원에서 어머님을 돌보셨다. 간병인을 마다하시는 이유는 우리에게 부담을 지우기 싫어서, 또 남의 손에 맡기고 싶어 하지 않아서 그 두 가지 다인 것 같다.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 장기요양등급 없이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요양원에 입소하자마자 건강관리공단에 요양등급 신청을 했고 어제는 정신과 소견서를 첨부해 공단에 제출했다.
어머님은 새벽에 깊은 잠을 못 주무시고 부족한 수면시간을 낮에 보충하는 것 같았다. 아버님이 이발을 하고 오시겠다며 외출하시는 동안, 난 보조 침대에 누워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되돌아보았다. 석 달 전의 어머니와 지금의 어머니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입술사이로 공기 빠진 풍선처럼 내쉬는 숨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는데 간호사가 식전 약을 놓고 갔다. 약을 드시게 하려고 어머니를 흔들어 깨웠다. 한참 만에 눈을 뜨고서 나를 보셨다.
"어머니.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
몇 차례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그러더니 "왜 이렇게 깜깜해"라고 하셨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가 내리고 있긴 했지만 낮 12시였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에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평소 지병이었던 녹내장이 많이 진행된 거 같다고 했다.
만약 여기서 시력까지 나빠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지금 벌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는 것 말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미리 걱정하는 건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
세시쯤 집에 돌아와 그대로 쓰러져 두 시간쯤 잤는데도 몸이 무거웠다. 요즘은 자주 나의 늙음에 대해 생각하다 잠이 든다. 나는 80이 넘어 무슨 병으로 어디에 누워있을까, 그 옆에는 누가 있을까. 자식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걸까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