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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13. 2024

팔십 사일. 터질 건 터진다.

사과, 땅콩버터 요거트보울


샤워를 마치고 습관처럼 튼살크림을 바르려는데,

“으아!! 이것 좀 봐…! “

남편이 얼른 달려왔다.


불과 2,3일 전만 해도 없던 진짜 튼살이 수박에 줄무늬처럼, 건조한 땅에 가뭄 든 것처럼 옆구리에 생겨버린 거다.

배가 어느 정도 커져도 자주 건조하고 조금 가려울 뿐 튼살은 없었는데

지난주부터 어쩐지 가려움이 심해졌다 싶더니 튼살의 징조였나 보다.

아랫배와 엉덩이도 계속 가려운 걸 보니 여기도 트겠구나 싶다.

엄마와 언니는 많이 살이 안 텄다던데 유전 아닌가 봐.


sns에 만삭 임산부들이 배를 드러낸 사진을 올리는 것들 보면 매끈하게 볼록하던데,

나도 그럴 줄만 알았지

순식간에 쩍쩍 갈라지니 내 마음도 갈라지네.


아이 엄마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정도의 차이일 뿐 튼살은 생겼고 정도의 차이일 뿐 사라지기는 한단다.

아직 팔십일 더 남았는데 매일 더 터지면 온몸이 멜론이 될 것 같다.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하라며 너무 속상해말라고 위로해 주는 친구,

반면 크게 개의치 않는 남편.

사실 놀라긴 놀랐지만 많이 울적하거나 슬픈 건 아니었는데, 자기 튼살 보고 울기까지 했다는 친구의 말과 무심한 남편에 갑자기 저기압이 되었다.

그러니까 이게 울 일이 될 수도 있구나 싶으면서,

 나중에 레이저 시술 같은 거 하면 되지 않냐는 남편의 말에 서운해져서 나도 많이 속상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달까.

공감을 받아도 못 받아도 위로가 안 되는 이상한 상황이다.


아가야 우리 둘 다 건강하게만 만나자.

혹시 내가 친정에서 실컷 먹고 와서 내 살이 쪄 튼살이 된 건가 싶어 오늘 아침 가볍게 요거트 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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