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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14. 2024

팔십 삼일. 사막 맛

후무스와 플랫 브레드


 두바이에 전례 없는 폭우로 도로에 차들이 물에 잠겼다는 뉴스를 봤다.

내가 두바이에 살았던 4년 넘는 기간 동안에도 그런 일은 없었다. 우산을 쓸 정도의 비만 와도 난리가 나던 사막 한가운데.

두바이를 떠나온 지 4년이 넘었어도 아직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어 종종. 소식은 접하고 있다.


별일 없는지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가 문득 그 건조한 사막도 아련하게 그리워졌다.

모래 바람 때문에 창문을 열고 살 수 없던 스트레스와 혼자 나가면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던 순간들은 잊고,

수 십 번을 갔어도 안 가본 상점이 있는 두바이몰과 그 안에서 마주치는 아바야 속 슬쩍 보이는 화려한 명품을 걸친 아랍 언니들,

그리고 내 입맛에 거슬릴 것 하나 없던 중동 음식 등 즐거웠던 기억들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쉬는 날 아랍식 브런치 먹으러 가는 것이 낙이었는데 말이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병아리콩을 잠에서 깨웠다.

반나절 물에 불려 통통하게 두 배가 된 콩을 삶아 올리브유와 레몬즙, 마늘 한 톨, 참깨를 더해 블렌더에 간다.

곱게 갈려면 올리브유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데, 조금 줄이고 대신 콩 삶은 물을 약간씩 첨가해 농도를 맞췄다.

후무스의 고소함은 콩에서 뿐만 아니라 참깨소스 ‘타히니’에서 오는데, 없는 대로 볶은 참깨를 넣은 것.


한국에서도 후무스는 이제 꽤나 알려져서 브런치 카페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채식 식당에서 후무스와 같은 콩류로 만든 스프레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바게트나 호밀빵에 후무스를 곁들여 내는 곳이 많은데,

후무스는 일명 ‘걸레빵’이라 불리는 납작한 플랫 브레드와 먹어야 제 맛이다.

당장 구할 수가 없어 이 또한 되는대로 통밀가루와 중력분에 우유를 섞어 반죽해 팬에 구워 만들었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런대로 느낌은 난다.


먹고 싶다고 그걸 다 어떻게 해 먹냐며 신기해하는 친구들,

아가가 태어나고 이유식을 어떻게 만들어줄지 기대한단다.

아직도 두바이에 살던 싱글 라이프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데 이유식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생경스럽다.

어제보다 조금 더 커진 내 배를 보면서 현실복귀.

아가도 이유식 기대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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