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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14. 2024

팔십 이일. 결혼관

평일의 브런치

미혼인 동생 둘을 만나 브런치 식사를 한 오늘,

결혼 후 이사 오고 나서 거의 유일하게 알고 지내게 된 사이다.

연애 중인 두 사람은 결혼을 고민하고 있다.

30대 언저리에서 연인이 있다면 으레 생각해야 할 문제, 남자 쪽이 나이가 조금 더 있다면 더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언니는 결혼하기 전 확신이 있었어요?"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다.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했고 아이도 있어서 미혼인들의 이러한 고민과 질문은 잊고 지냈다. 불과 이삼 년 전만 해도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상의하던 것들.


"글쎼, 백 퍼센트 확신을 가지고 결혼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가 난 더 궁금한데."


"그래도 어떤 부분을 봤으니까 결혼을 하는 쪽으로 기울어졌겠죠?"


"그렇지. 그런데 동시에 이것 때문에 힘들 수도 있겠다 싶은 것도 보여서 고민했던 것 같아. 연애 초반을 넘기고 장거리 연애도 하면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관계를 생각해 보니까."


충분한 확신이 없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불안함과 막막함, 내가 똑같이 느꼈던 감정이다. 그 '충분한'이 대체 어느 정도냔 말이다. 

사실 나도 해외에서 지내면서 심하게 외롭거나 일이 힘들어 죽겠거나 하지 않았기에, 인연이 닿지 않는다면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기도 했고. 그러다가 그 '인연'이라는 게 만들어지긴 해서 결혼을 생각했으나, 아이는 꼭 있어야 한다는 남편의 입장과 우리 두 사람이 우선이라는 내 입장 차이로 고민을 많이 했다. 이 남자와 평생 살아도 좋을지조차 모르는데, 아이 키우기 힘들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에서 출산과 육아를 하게 될 확률이 높은 미혼녀들의 마음 십분 이해한다.

 임신 중인 지금에야 그 대립은 그저 지나간 얘기지만, 결혼 전 이에 관한 대화는 가장 중요한 문제. 생각해 보면 남편의 입장과 태도는 변함이 없고, 나는 아이가 있어도 없어도 괜찮다는 여지가 있었기에 조율이 가능했던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도 언제 아이를 가질지를 상의는 서로 했으나, 진정으로 내가 아이를 받아들이게 된 시기는 한 달뒤, 6개월 뒤와 같은 정량적 문제가 아닌 결혼생활에서 느끼는 안정감, 남편에 대한 신뢰감에서 왔다. 

 내가 그렇다고 해서 결혼하면 바뀔 수도 있어,라는 무책임한 말은 할 수 없었다. 모든 케이스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진부한 진실 때문이고, 또 내가 결혼을 망설인 남편의 어떠어떠한 점은 성격상 쉽게 바뀌지 않기에 예상대로 서운하거나 힘들 때도 있기 때문. 

 하여 그녀들의 건강한 연애와 결혼은 지지하지만, 굳이 하지 않는다 해도 그것도 응원하는 바이다. 


 거한 브런치 식사 후 아쉬우니 아이스크림으로 더 긴 수다를 이어가다가 해가 져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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