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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27. 2024

칠십 일일. 똑똑, 바쁘니 아가?

딸기 토스트


30주 차에 들면 아가는 평균 37-38cm.

배가 아무리 커졌다 해도 거의 사십 센티미터의 생명체가 내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다.

아기집을 확인한 다음 주에 겨우 점으로 보이던 2mm짜리가 8개월도 채 되기 전 자궁 속 가득 차다니.

몸집이 큰 만큼 공간이 좁아져 아이도 불편한지 어젯밤 내내 가만히 있지 않아서 덕분에 나도 잠을 설쳤다.

왼쪽으로 누워도 오른쪽으로 누워도 잠깐 잠잠하다가 이내 여기저기를 두두두, 혹은 똑똑똑,

손인지 발인지 모르겠지만 아니면 둘 다인지 바쁘게 움직였다.

이내 딸꾹질까지 하며 요동치기 시작. 그렇게 바쁘더니 양수를 잘못 먹었나 보다.


아가가 많이 움직이면 안에서 에너지 소비도 큰 것인가,

나는 요즘 두세 시간마다 속이 허전한 기분이다.

자궁이 커진 만큼 위는 작아지니 많이 못 먹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객관적으로 임신 전과 비슷한 양의 식사를 한다.

간식 섭취율이 훨씬 늘어난 셈이다.


잠을 설치니 새벽 5시부터 몽롱한 채 살짝 깨어있었는데, 그때부터 또 배가 고픔을 인지해버렸다.

조금 더 잠을 청해보다가 냉장고에 예쁘게 줄지어 보관해 둔 딸기가 눈에 어른어른.

뒤뚱뒤뚱 걸음으로 딸기 한 대야를 사려고 하자 슈퍼 주인분이

“아기가 먹는 건데 깎아줘야겠다”며 2천 원쯤 덜 받으신 특별한 딸기다.

한 대야를 한 번에 먹지 않기 위해 딸기 네 알 쯤을 깨끗이 씻어 슬라이스 했다.

통밀 식빵을 버터 발라 구워 팥소와 크림치즈를 반반, 그 위에 딸기를 살포시 올려 간단하고 달콤하게

식사와 간식의 중간쯤 끼니를 채웠다. 식사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으나 간식이 되었다고 해야 맞지만.


내가 잘 먹어서 아이도 잘 자라고 태동도 활발한가 싶어,

아직 두 달 남았는데 너무 클까 봐 걱정이라고 했더니

동네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은 아이가 작은 게 훨씬 걱정해야 할 문제라고 토닥여주셨다.

나는 모성애가 상당히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던 이십 대였는데,

하나하나 아이 걱정 하고 있으니 과잉보호하지 않을까나 걱정해야겠다.

똑똑,

오늘도 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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