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반찬
“친구들 놀러 온다면서 집에 반찬 좀 있어?”
요즘에야 친구들이 모이면 시켜 먹으면 그만이지만, 그 핑계로 엄마 반찬을 한 아름 배송받았다.
어제 만든 촉촉한 찬들이 오늘 오후에 바로 집 앞에 도착했다.
겉절이와 우엉조림, 콩자반, 파김치, 멸치볶음까지 든든한 한 박스.
보통 나는 밥도 혼자 먹고, 남편과도 반찬은 없으면 없는 대로 찌개 하나 끓이거나 파스타 한 접시로도 끼니는 물론 해결할 수 있다.
혼밥도 쉽고 밀키트도 이렇게 편한 세상, 그리고 내가 요리를 안 하는 것도 아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반찬은 언제나 환영이다.
내가 딸이니까 이렇게 받아먹지 아들들은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줘도 한두 번 먹을까 말까,
시어머니도 반찬이나 고기 등 먹을 거 보낸다는 연락은 꼭 내게 하신다.
남편한테 보낸다고 하면 ‘안 먹는다, 괜찮다’라는 대답만 올뿐이다.(받아서 상에 올리면 매 번 잘 먹고, 이거 어디서 났냐고 묻기도 하면서)
자취하는 내 남동생도 마찬가지.
얼마 전 들렀을 때 냉장고 열어보니 유통기한 지난 요구르트와 우유가 달랑 있고,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 먹고 받은 듯한 탄산음료와 소스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냉동고에는 냉동볶음밥, 만두, 아이스크림 냉장고 위에는 얼마 남지 않은 시리얼 박스. 엄마가 반찬 좀 가져가라고 사정을 해도 우리 남편과 마찬가지로 안 먹고 버리게 된다며 거절한다.
생각해 보니 아빠도 식탁에 놓여 있지 않는 이상, 도통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드시질 않는다.(못한다고 해야 하나)
모든 남자들이 그렇지 않겠지만 우리 집 남자들만의 공통점은 아니니 신기할 따름.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삼 년, 오늘에야 외삼촌들은 그네들의 어머니가 해주셨던 반찬을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다 같이 모일 때면 외할머니의 시래기 된장국, 가자미조림, 심지어 별 것 아닌듯한 콩나물 무침까지 얼마나 맛있었는지를 논하곤 하시니까.
훗날 우리 아들도 반찬 필요 없다고, 나는 매번 뭐가 먹고 싶냐고 할 모습이 벌써 그려지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