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리누나 Apr 17. 2024

오십일. 먼 가족보다 가까운 친척이 고마운 오늘

레몬 타르트


나는 조용하지만 섬세한 성격은 아니라 베이킹은 좋아해도 잘하진 않는다. 바나나 케이크, 당근 케이크, 간단한 컵케이크처럼 거의 하나의 보울에서 완성하는 홈베이킹 정도만 가끔 할 뿐이다. 그래도 가끔은, 조금 복잡하고 예쁜 디저트를 만들고 싶어 진다. 단 것을 즐기지 않는 남편이고 임당을 조심해야 하는 나라서 또 우리가 먹을 디저트를 만드는 건 부담스럽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선물할 기회가 생기면, 아니 감사 표시를 이렇게 하겠다는 핑계로 만들고자 각 잡고 오븐을 돌린다.


 남편 사촌 누나분이 멀지 않은 곳에 사셔서 아기 용품도 줄 겸 밥을 먹자고 하셔서다. 지난번에도 (아직 언제쯤 펴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동책을 한 보따리 주셨는데, 이번에는 집 정리를 하면서 지난번 미처 못 챙긴 것들 가져오셨다고. 몇 번 안 봤지만, 나와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 아이 둘을 키우고 계시는 데다 꽤 수다스러워서 어색하거나 어려운 친척 분은 아니다. 내 친구들은 남편의 사촌 누나까지 만나냐 놀라기도 하는데, 오히려 친누나가 아니니까 서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달까.

그래도 둘이서만 따로 밥을 먹는 건 처음이라 약간은 걱정을 했건만, 걱정이 무색하게 한 시도 쉴 틈 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시면서 이것저것 묻기도 하신다. 출산, 육아 얘기만 해도 끝이 없는 게 여자들의 세상! 아기 태어나고서도 신랑이 너무 늦는다거나 출장이라도 가면 아기 데리고 집으로 오라고, 본인도 둘째 임신했을 때 친언니 집에 얼마나 자주 갔는지 모른다며.

 

 그 얘길 들으니 감사하면서도 ‘나도 우리 언니집이 가까우면 정말 자주 갈 텐데, 남동생이 삼촌 노릇도 참 잘해줄 텐데.’

출산이 코 앞이니 피부로 와닿는 내 혈육의 빈자리가 더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친동생도 아니고 자주 보지도 않았던 사촌 동생의 아내인 나를 생각해 주신 누나분의 마음이 참 고마웠다. 나는 나중에 그럴 수 있을까 싶으면서, 말도 많지 않은 나와 둘이서 밥 먹고 커피까지 마시면서 사실 재미없지는 않으신가 싶고 말이다.


 사실은 아이들과 먹기 편하게 쿠키를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너무 집에서 대충 만든 모양이라 성에 차질 않았다. 아침에 급하게 레몬 타르트로 변경, 다행히 타르트지를 사둔 게 있어서 레몬 필링만 만들어 부은 다음 구워주었다. 레몬즙에 레몬 제스트, 옥수수 전분과 달걀노른자, 버터, 설탕으로 금방 만드는 상큼 달콤하고 노란 필링. 타르트지에 적당량을 채워 35분가량 구우면 복잡하지 않은데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완성할 수 있다. 머랭을 만들어 올리고 싶지만 괜히 더 망칠 것 같아 슈가파우더와 레몬 제스트를 조금 더 뿌려서 마무리했다. 직접 만든 디저트를 선물 받는 게 얼마만이냐며 정성이라도 알아주시니 수고한 보람은 있다.


 맨날


‘나는 여기 친구도 없잖아. 여보 한테밖에 말할 사람이 없다고!‘


조금 심심해지면 이렇게 불평하는데, 내가 조금 더 다가가면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사실 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오십일일. 좋은 것만 가져가주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