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봉골레 파스타
고모가 손수 따서 데쳐 보내주신 미나리와 시어머니가 삶고 하나씩 살을 발라내 얼려 보내주신 조개의 콜라보 저녁.
스파게티 면만큼 넣은 조개와 미나리로 입 안이 가득 봄기운이다.
편 썬 마늘로 고소한 향긋함을, 새로 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로 풍미를 더한 스파게티.
오독오독한 미나리, 짭조름하고 쫄깃한 조개를 우물우물 씹으며 남편과 나는 결론이 나지 않는 아이 이름 짓기 토론에 또 한 번 들어갔다.
몇 달 전에는 정말 먼 일처럼, ‘아가 이름은 뭘로 할까나~’ 하는 즐거운 고민이었건만,
이제 ‘좋은 한자를 뽑아보자.‘, ’ 한글 이름으로 할까?‘, ’ 그건 어감이 별로.‘등등 눈앞에 닥친 숙제가 되었다.
사실 결정장애 있는 나는 태명을 지을 때도 몇 번이나 마음을 바꿨으니,
평생 불러줄 우리 아가 이름을 결정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런 나를 아는 남편이라서 본인이 생각한 몇 가지를 내놓았는데,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없다. 도대체 어떤 이름이 마음에 드는 것이냐며 조금 지친 남편. 그런데 남편이 후보에 올린 이름 중에는 외국 수학자도 있단 말이다. (자기가 제일 존경한다며) 후, 진심이야?
다른 부부들은 요즘 어떻게 이름을 짓나, 물어도 보고 검색도 해 봤다.
작명소에서 받아온 대여섯 개의 이름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것이 반, 부부가 상의해서 짓는 것이 반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꽤 많은 집들이 양가 부모님 중 한쪽이 작명소에 가시는데, 이런 경우 태어나는 소위 ’ 사주가 좋은 날‘을 먼저 받아오기 마련이다.
‘좋은 날’ 태어난 다음, 태어난 시각을 들고 이름을 다시 받아오시는 것이다. (좋은 시각에 태어나도록 맞춘 시각이 병원 근무 시간 이외라면 추가금 몇 백을 더 낸다)
예전보다 수술이 많아진 시대다 보니 아이들이 다 사주가 좋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하하.
나나 남편이나 작명소를 거친 이름이 아니고 양쪽 모두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주셔서 양가 어디에서도 작명소에 가신단 소리는 없다.
우리 부부는 종교인도 아니고, 풍수지리, 사주 운세, 주역 등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는데 이름 지을 때만 굳이 작명소 가는 것은 내키지 않아 머리를 맞대고만 있다.
아가가 나올 때 이름표 하나 달고 나오면 참 좋으련만.
귀엽기만 한 태명에서 진짜 이름을 붙여주려고 하니 한 발자국 더 실감이 나는 아기의 존재.
너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무엇이든 사랑스럽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