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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Apr 21. 2024

사십육일. 준비가 되었을 때 나와줘

흰 오믈렛


주말에도 남편은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초반에는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같이 먹더니 이제는 굳이 그러지 않는다.

서로 편하게 남편은 간단하게 시리얼이나 즉석밥을 데워 먹고 나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고,

나도 일어나서 씻고 나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간단히 해 먹는다.

오늘도 남편은 흰 우유에 시리얼을 먹었고,

달걀노른자만 쓰고 흰 자가 남아있어서 양배추와 모차렐라 치즈를 넣고 흰 오믈렛을 부쳐내 요거트에 딸기를 곁들인 내 밥상.


요 며칠은 배뭉침이 자주 있는 것뿐 아니라 아주 잠깐이지만 치골 부분이 갑자기 아프기도 하고,

임신 초기 증상처럼 다시금 잠도 많이 오고 금세 피로해진다.

혹시라도 조산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초산 엄마의 마음, 불과 지난주에 병원을 다녀왔으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한 번 ‘조산’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박히니 전에 없든 아주 작은 증상만 지나가도 혹시, 싶은 생각.


37주 이전에 태어나는 경우를 조산이라 하고, 이 기준은 37주 이전 태어난 아이들의 사망률이나 치명률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통이나 양수 터짐이 이르게 나타나거나 임신성 당뇨, 고혈압, 그리고 다태아인 경우 확률이 높다.

엄마 뱃속에서 얼마나 있느냐가 아이의 생존은 물론 발달에도 큰 영향이 있기에 의료진은 최대한 임신 기간을 늘리려고 한다.

양수가 일찍 터지는 산모더러 ‘아이가 빨리 나오고 싶었나 보네’라고 우스갯소리로 넘길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모를 때야 몰랐지,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조산의 위험성을 알고 나니 예민 맘이 되었다. 사실 친한 친구도 36주에 새벽에 양수가 터져 힘들게 조산을 했고, 그나마 다행히도 아기는 2.5kg를 간신히 넘어(그 이하는 저체중으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간다) 조리원에 함께 입소했다. 그 ‘사실’만을 알았지 그게 그렇게 위험했었는지를 이제야 알게 되어서, 내 친구 그리고 지금은 건강히 잘 크는 친구 아들도 기특하다.


저마다 어렵게 뱃속에서 기르고 낳은 엄마들인데 많은 엄마들이 하고 있다고 해서 그 위험과 수고와 고통이 엔 분의 일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 아가는 부디 안전한 엄마 뱃속에서 끝까지 잘 지내다가 나와서 서로 고생을 덜 하자꾸나.

누가 대신 아파주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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