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전
바로 지난주에 엄마는 반찬 대여섯 가지를 보내주셨는데, 주말에 여수에 가서 봄나물을 캤다며 어제 또 한 박스 택배를 부치셨다.
아빠가 정성껏 포장한 상자를 열자마자 쑥 향이 은은하게 올라왔다.
엄나물순 한 움큼과 고사리는 커다란 봉지 한가득, 여수 밤과 내가 좋아하는 무말랭이 그리고 남편이 좋아하는 메추리알 조림까지.
쑥 향이 조금이라도 가시기 전에 양파를 조금 채 썰어 넣고 밀가루에 달걀 한 알 가볍게 풀어 전을 부쳤다.
기름에 지글지글 전 부쳐지는 소리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쑥색’보다 아직은 푸른 잎이 싱그러운 봄쑥 색감을 오감으로 즐긴다.
엄마가 전화를 걸어와서 반찬물이 새나간 건 없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통화 말미에 약간 머뭇거리시더니,
“근데 엄마가 한 달 내려가 있는 건 사위가 불편해한다고 주변에서 그러네.”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아기와 집에 들어오면 친정 엄마가 한 달 정도 같이 아기를 봐주신다고 했건만,
주변 사람들이 말리셨다고.
“에이, 우리 남편 안 그런 거 알잖아~. 오히려 더 계시라고 할 텐데.”
딸이라고 해도 친정엄마가 손주 보는 게 의무는 아니니, 나도 많이 서운하다거나 실망까지 한 건 아니다. 오히려 엄마는 환갑이 넘으셔서도 이렇게 필요한 곳이 많아 어쩐다, 엄마의 존재가 새삼스레 짠하면서 고맙고 죄송해졌다. 너무 오래 집을 비우면 우리 아빠도 혼자 오래 계셔야 하니 일단 마음에 걸리고, 정규직은 아니지만 거의 격일로 일도 하시는 터라 그것도 신경 쓰이시는 엄마다. 그 와중에 언니가 바쁘면 종종 조카들 밥도 해먹이고 남동생 반찬도 만들어 배달까지.
그걸 다 앎에도 불구하고 나도 엄마가 필요해서 오지 말라는 말은 결국 못 한다. 괜찮다고 해도 사실은 남편이 장모, 엄마와 사위가 불편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말이다.
엄마의 인생은 짧고도 참으로 길다.